현대의 기술유출사고, 얼마나 위험했을까? 탈것뭉치

NF소나타 설계도 유출 사건

백금기사님 댁에서 글을 본 김에 짧게(?) 포스팅.

0. 전제하고 들어갈 것
-추정 대상은 유출 기술, 기술의 가치, 기술 유출이 미칠 영향의 추정으로 한정합니다.
-정치적인 문제 같은 것은 당연히 제외.
-공개자료를 바탕으로 한 근거로 한정합니다.

1. 누가 기술을 유출했을까?
용의자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전부 틀립니다만...이리 저리 조합해 보면 범인인 윤모씨와 김모씨는 각각 국내 기술개발직 과장과해외사업부 산하 중국사업본부 과장직에 재직중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기술 유출은 윤모씨가, 중국 업체와의 접촉 및 정보의 전달은 김모씨가 분담했다고 볼수 있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윤모씨가 어느 과에 재직했는가에 대한 정보는 아쉽게도(?) 확인할수 없었습니다.
2. 무엇이 빠져나갔을까?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두 용의자가 유출한 기술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스포티지, 산타페에 사용되는 4단 AT 설계도 (270장) 2005년 연말 유출
- 스포티지, 산타페, NF 소나타 트랜스폼의 금형, 부품 설계도 (3000장) 2007년 초 유출
- 기타 일부 혐의 (확인되지 않음)

불확실한 3항은 검토대상에서 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거론된 4단 AT의 경우 2005년 말 유출되었고 스포티지와 산타페 공용 미션이라고 거론되었으니 신형 산타페의 A5 계열은 아니고, 아마도 구 산타페와 투싼, 스포티지가 공용하는 F4A51 대형 4속 AT 로 추정됩니다. 소나타 디젤에도 장착되니 소나타용 트랜스미션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네요.
그리고 일부에서는 2007년 초 두번째 유출을 "NF 소나타 트랜스폼의 기술 전체" 라고 보도하고 있었습니다만, 일단 현재 공개된 자료를 볼때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스포티지와 산타페의 도면까지 포함할 경우 3000여장의 도면은 소나타를 전부 재현하기에는 상당히 적은 수량인데다, 현대측의 자료에 의하면 차량 생산의 핵심인 공정과 생산 관리 기술은 넘어가지 않은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3. 유출된 기술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트랜스미션의 경우,거의 있으나 마나한 수준입니다.
구분명 그대로 F4 계열인 F4A51은...사실상 그냥 미쓰비시제 디젤용 트랜스미션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2001년 언저리에 도입된 SUV/RV 용으로, 현재 현대 파워택쪽에서 라이센스중이며 차츰 현대 독자의 A5 계열로 교체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미쓰비시제 카피 엔진이 시장을 휩쓰는 마당에...중국 업체 입장에서야 로열티 없이 도면 입수해 생산할수 있다는 매리트가 있겠습니다만, 현대 입장에서는 계열사인 현대 파워텍이나 현대 모비스가 순정 트랜스미션 및 부속을 팔아먹기 힘들어 진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실차의 설계도면 일부에 대해서도 "유출 자체는 문제가 되지만" 빠져나간 기술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닌 말로 개략적 치수나 재질 같은 것은 세부정비도면 입수하고 차량을 몇대 사서 모조리 뜯어본다면 알아낼 수 있지만, 그런 부분품을 어떻게 조립해 "경제적으로" 성능과 품질을 유지한채 생산해 내는가는 도저히 알아낼수 없습니다.
이런 기술은 자동차 메이커의 클레스를 규정지을 정도로 핵심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금형을 모방한 "외형적 짝퉁" 차량의 등장 같은 식상한 이벤트가 일어날 확률은 분명히 있으며, 일부 핵심 부품의 복제 및 "짝퉁 부품 기승" 같은 상황도 각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중국제 소나타 트랜스폼" 이 1/10 가격으로 쨘 하고 나타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세타 2 엔진이나 A5 계열의 신형 트랜스미션, 신형 더블위시본 서스펜션과 같이 "정말 핵심적인 도면" 들만 곶감 빼먹듯 쏙쏙 빼갔을 확률을 완전히 배제할수는 없습니다만...그걸 다시 제대로 실용화 시키는 것은 극히 어렵습니다.
실제로 중국시장 빅 3인 상해기차가 로버를 인수 후 걸작 K시리즈 엔진을 라이센스했을때의 참극을 생각하면, 중국 업체에게 "설계를 해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능력" 을 갖추기 전까지는 현대의 "직접적인 경쟁상대" 가 되기는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4. 어떤 업체가 기술을 빼갔을까?
기술을 빼간 쟝하이기차(奇瑞汽車)는 상하이에 소재한 업체이며, 현대 상용차의 중국 사업 파트너입니다.
2006년 매출은 91억 2500만 위안 정도로 중국 시장에서 20위권에 턱걸이하는 수준이지만, 종합 자동차 업계가 아닌 상용차 전문업체로서 기록한 매출이어서 상용차 업계에서의 영향력은 무시할수 없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승용차 시장 진입을 천명하고 베이징 모터쇼를 통해 홍보전을 전개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입니다만, 아직 중국 상위 Top 10 과 같은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 이야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기술 도입선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아예 독자개발(카피?)를 시도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2005년부터 SUV 기술 유출을 시도했다는 것은, 역시 상용차 -> 디젤 SUV -> 카피 승용차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중국식)역노선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할수 있겠습니다.

5. 판매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사건은 유출된 기술 자체의 레벨이 그리 높지 않은데다, 해당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생산되기 한참 전에 적발되어 현대차로서는 해당 제품 및 기술의 사용금지처분을 신청할수 있습니다. (중국이 자국업체 봐주기식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지만요)
그나마 중국 국내의 판매는 현대자동차가 아닌 베이징현대자동차유한공사(...)라는 베이징 자동차와의 협력업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직접적인 판매간섭이 우려된다면 베이징자동차 측에서 잠재적인 라이벌을 찍어눌러버리기 위해서라도 이래저래 압력을 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앞으로 십분 주의해야 할 보안관련 사고이긴 하지만, 조기 발견되었고 기술의 레벨 자체도 높지 않으므로 이번 사건 자체가 심각한 기술적 위협이 되지는 못한다!" 가 개인적인 추론 되겠습니다. :)

이런 일은 명명백백히 규정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일까지 사실인 양 부풀려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겠지요.

덧글

  • ViceRoy 2007/12/14 15:33 #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 제너럴 2007/12/14 15:38 #

    저도 저건 별로 문제 될것 없다고 생각 했지만....

    근데 더 큰문제는 중국 정부가 마음먹고 100개에 이르는 자동차 업체를 10개 까지로 줄일려고 하면 업체들을 각기 살아남기 위해서 저런 현상이 자주, 심하게 그리고 노골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요....
  • 슈타인호프 2007/12/14 15:39 #

    역시 구루마블로그.
  • 행인1 2007/12/14 17:01 #

    오오... 사건 초기에 이런 제대로된 분석이...
  • Spearhead 2007/12/14 17:04 #

    그리 위험성이 큰 기술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저런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거겠죠.
    제조설비 수주 의뢰를 받은 스위스의 업체가 눈치채고 알려줬으니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지나간 기술일지언정 두 눈 뜨고 뺏기는 꼴이 일어날 뻔 했으니까요;

    링크 신고합니다:D 좋은 포스팅이 너무 많아요>_<
  • 라피에사쥬 2007/12/14 21:32 #

    오오 구루마계의 내무인민위원!![끌려간다]
  • paro1923 2007/12/14 21:49 # 삭제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역시나 찝찝하죠.
    뭐어, 결과지상주의에 찌든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이 또 떠오릅니다. 괜히...
  • 번동아제 2007/12/14 22:17 #

    이 글대로라면 그나마 다행이군요.
  • Eraser 2007/12/14 23:15 #

    횬다이측의 내부단속 기회만 마련해쥤다고 해도 무방하려나요?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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