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모리 쇼지-건담 마테리얼 인터뷰 메모뭉치

가와모리 쇼지 - 1960년생. 스튜디오 누에 소속. 메카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획, 연출, 시리즈 구성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가변전투기 발키리의 디자인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 최근에는 실제 메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가와모리 : 그렇습니다. 오리지널 자동차의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되고, 비행기 쪽으로 가면 날 수 있는 디자인은 거의 없다고도 할 수 있죠. 날 수 있는 형태로 그릴 수 있는 것은 현역 메카디자이너 중에서도 극소수 밖에 없을겁니다. 저는 공력을 제대로 고려하자면 성능은 별로 안 나오겠지만, 어쨌든 비행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비행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가변이나 캐릭터성을 위해서 기체를 두껍게 만들기는 합니다만.

그런데, 디자인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말씀입니다만, 예를 들면 '건담'의 디자인은 퍼스트 건담으로서 이미 끝난 겁니다. 그 뒤는 스타일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단순히 그림 뿐만이 아니라, 컨셉트의 핵심까지도 만들어내는 것이죠. 자동차라면 엔진의 레이아웃, 섀시나 서스펜션의 어레인지, 실내의 레이아웃 등을 생각해서 거기에 보디를 뒤집어 씌우는 디자인이죠. 단순히 외관의 이미지만을 스케치하는 것은 스타일링이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 일본에는 그다지 퍼지지 않은 사상이군요.

가와모리 : 일본에서는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발상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디자인이라는 것은 메카니즘을 포함한 오리지널리티까지 갖고 있지 않으면 안되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저의 발키리. 비행기가 로봇으로 변신할 때 어떤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느냐는 것과, TOY로서 상품화 될 경우 그 변형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까지를 디자인이라고 불러야 하고, 그 이후의 작업은 스타일링이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니메 디자인의 질은 예전보다 떨어졌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와모리 : 진정한 의미에서의 리얼리티는 약해졌지요. 역시, 프라모델만 알고 있고 진짜는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커요. 혹시 스스로 디자이너라고 생각하고 디자인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최저한의 기초상식 정도는 알아두지 않으면 곤란하죠. 물론, 리얼리티라고 한마디로 말해도 그것은 작품의 세계관마다 달라지는 것이라서, 만화나 환타지에 있어서는 거기에 맞는 리얼리티가 필요한 것입니다만... 어쨌든 요즘 사람들은 비슷한 작품만 고르는 경향이 강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밖에는 하질 않죠. 최종적으로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유연한 발상이 가능한 20대 전반까지는 작품을 가리지 않고 그려보지 않으면 안됩니다.

연출에 있어서도, 작품마다 컬러를 바꾸지 않으면 어느새 자기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버리죠. 역시 똑같은 컷 분할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같은 세계관만 다루고 있어도 안됩니다. 그런데도 젊은 사람들은 전부 개성이 없는 똑같은 컷 분할만 하고 앉아있어요. 요즘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자면 '옛날에 있었던 이런걸 해보죠.'부터 시작하는 경향이 너무 강해요. '누구와 닮았으니까 좋군요.', '그것과 닮은 점이 좋네요.'같은 의식은 좀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 요즘 사람들은 행동력이 없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만.

가와모리 : 그렇습니다. 충격이었던 것은, 잘 모르는게 있으니 취재하러 가자고 하니까 '피곤하잖아요.'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 인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죠. 저는 취재를 하고 싶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으니까요. 알지 못하는 건 그리지도 못하는거 아닙니까? 그림을 보는 사람들 중에는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테니까요. 최근에 특히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메가 현실보다도 엄청나게 뒤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 현재, 일반인이 보기에는 아니메는 서투른 거짓말만 가득한 픽션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가와모리 : 그러니까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물건을 만들려고 한다면 '진짜'를 좋아하지 않으면 무리인거죠. 이전, 연출가를 지망하는 사람들 앞에서 토미노씨가 에도시대부터 계속된 옷 가게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도제로 들어간 사람에게는, 좋은 옷감과 그렇지 않은 옷감을 구별하게 하기 위해서 3년동안 좋은 옷감만을 만지게 했다. 진짜 좋은 옷감만 3년동안 만지고 있으면 자연히 가짜와 구별할 수 있게 된다. 너희들은 진짜를 봐라. 아니메 따위를 보지마!" 라는 이야기를 하셨죠.

그때는 참 좋은 얘기를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3년간 아니메를 보지 않았더니 정말로 효과가 있었죠. 최근의 아니메라는 건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물건이었던가, 하고 놀라버립니다. 구 '루팡 3세'같은건 그래도 보기 편하더군요. 지금 시청률이 높은 아니메도, 보고 있으면 연출같은 건 별로 재미없지만 그래도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면서 볼 수가 있거든요. 아니메를 진짜로 할 마음이 있고, 어설프게라도 오리지널리티를 지향한다면, 지금부터 당장 3년동안 아니메는 안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관객이 자꾸 빠져나가는 폐해 중의 하나가, 내용이 어렵다는 거지요.
똑같이 어려운 부분이라도, 몰라도 되는 부분이 어려운 건 괜찮습니다. 그렇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어렵다는게 문제입니다. 근본적으로 뭔가 빠져있는 거지요.

화제를 바꿔보지요. 많은 일본인들은 진짜 병기를 너무 모릅니다. 외국에서 거대 로봇이 인기가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일본 아니메의 팬이거나 캐릭터의 매력에 이끌린데 지나지 않아요. 리얼한 인형병기 따위는 타국에서 보면 개그 밖에 안되죠. 예를 들면 미국인은 실제 병기를 가까이서 보고, 자신도 파일럿의 면허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거기다가 예비역 군인도 적지 않죠. 그런 사람들에게 '건담'을 리얼하다고 말하면 당연히 비웃겠죠?

- 일본인에게 있어서는 리얼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만?

가와모리 : 그게 바로 온실배양 국가의 폐해라는 거지요. '어차피 아니메인데' 같은 소리를 하면서 변명이나 하고요. 하지만 예전에는 만드는 사람도 인식이 있었거든요. 상업적인 면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건담' 같은 물건을 만들어야 했죠.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고 여러가지로 궁리를 했던 거예요. 하지만 그게 진짜 '리얼'이라고 착각했을 때 비극이 시작된 거지요. 물론 명랑한 공상을 즐기자고 한다면 저도 저항감이 없고, 캐릭터로서는 결코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 프로 모델러가, 프라모델의 로켓 노즐이 진짜와 너무 달라서 놀랐다더군요.

가와모리 : 보는 순서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죠. 저희때는, 로켓이라면 월면착륙의 아폴로 계획이죠. 전시회가 열리면 반드시 엔진을 만지기 위해 갔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아니메는 그렇게까지 자세히 그리는게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디테일을 생략해야하는 작업을 경험했죠. 진짜를 모른다면, 결국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는 법입니다.

'0083'의 이야기입니다만, "MS를 똑바로 선 채로 달리게 하지 마세요" 라고 말했는데도 무시당해 버렸습니다. 이유는 전례의 답습. 최소한 허리를 낮추고, 현실의 병사처럼 낮은 자세로 달리게 해주면 어떠냐고 했는데도, "그렇게 되면 '건담'이 아니게 되어버리잖아요." 라는 대답. 어쨌든 전례만 쫓으려고 합니다. 물론 연출의도로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만, 모처럼 신작이니까 좀 더 밀리터리 색을 강조해도 좋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마크로스'의 제작중에는, 일정 이상의 밀리터리성은 '건담'에서 보여주었으니 일부러 넣지 않았죠. 작품을 차별화하기 위해 일부러 선을 그은겁니다. 스스로 자제한 기법도 적지 않지요. 그래서 전례에만 집착하는 '건담'을 보자면, '내가 일부러 쓰지 않은 기법을 왜 너희들이 쓰지 않는거냐'라고 생각해 버립니다.

그 다음은, 작품상의 디자인 기법이 아니라, 현실과의 접점이 중요하지요. 먼저 '리얼'이라고 하는 말이 단순한 명칭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이상한 방향으로 나가버립니다. 자기가 즐기고 있는 것이 어디까지나 공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면 괜찮습니다만...

- 현실과는 동떨어진 건담 세계만의 상식도 존재합니다만.

가와모리 : 무섭지요. 한번쯤은 빠져들어도 좋지만, 언젠가는 졸업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설정놀이는 홍역과도 같은 거지요. 30대나 40대 사람들까지도 언제까지나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좀... 어쨌든 이런 작업은 좋아하기 때문에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발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방식을 일부러 쓰지 않는다는 발상이 없으면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프로가 될 수 없습니다. 각각의 작품에는 세일즈 포인트라는 것이 있잖습니까? 그것만은 흉내내면 안되는 겁니다. 최소한 10년 정도 지나기 전까지는 손대면 안되는 거지요.

역시 지금부터 업계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은 힘들겠지요. 일손이야 항상 부족합니다만, 사물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나, 최소한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습니다. 그런 사람이 결과적으로는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출처 : GUNDAM MATERIALS

-어느분께 받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음음.

덧글

  • 존다리안 2008/01/14 20:52 #

    "건담"이 아니게 되어버리쟎아요? 의 압박....TT

    생각해 보면 헐리웃쪽 메카들도 과연 이런 데서 자유로운지 의심을 갖게
    합니다.
  • paro1923 2008/01/14 22:57 # 삭제

    '모스피다' 시절의 원죄를 지고 다니는 양반이지만, 그래도 온당한 소리군요.
  • THISplus 2008/01/15 09:35 #

    예비역이 많은 나라의 예시가 잘못되었군요. 바로 이웃에 300만예비군과 60만 장병, 그리고 민방위까지 합치면 군경험자 천만단위를 보유하고있는(..??) 나라가 있는데!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트위터+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