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경항모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 . 그걸 어디다 쓸래?


이번에는 작은 크기와 만만해보이는 출신성분. (스페인...)
그리고 몸집에 비해 많은 함재기 탑재량으로 이쪽 바닥에서 수없이 낚시질용 떡밥이 되어 주시었던 스페인의 경항모, Principe de Asturia의 이야기입니다. 접기는 귀찮고, 바로 본론으로.

일단 다들 아시다시피...75년 말까지 스페인은 프랑코 휘하의 독재체제였습니다.
당연히 스페인의 NATO 가입 따위는 있을리가 없는 일. 미국은 스페인이 지니는 지정학적 중요성과 대서양/지중해상에서의 임무부담 분배 등을 목적으로 60년대부터 줄기차게 스페인의 문을 두드렸습니다만, 스페인의 전폭적 협력(=NATO 가입 등등)을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렇게 설왕설래하던 와중에 재미있는 물건이 대서양을 건너가게 됩니다.
1967년 미국은 스페인과 인디펜던스급 항공모함 7번함인 CVL-28 Cabot 에 대한 임대계약을 채결했습니다. 15000t 정도 되는 이 항공모함은 스페인군 인수 후 AO-1 SNS Dedalo 라는 이름을 받고 헬리콥터를 탑재하는 대잠 항공모함으로 배치되었습니다.
미국이-비록 다 낡아빠진 장난감이라 해도-항공모함을 우방국이 아닌 스페인에게 넘긴 것은 역시 소비에트를 견제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대놓고 대서양을 지나 지중해로 진입하거나, 흑해. 혹은 지중해에서 대양으로 나올 능력이 없는 소비에트가 남북으로 "절단된" 함대 작전권을 잇기 위해서 잠수함의 존재는 필연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서양 연해와 지중해 양면에서 모두 작전할수 있는 스페인 해군이 원거리 대잠 감시가 가능한 대잠항모를 갖춘다는 것은, 스페인이 미국의 우방이 아니라 해도 소비에트 잠수함 입장에선 껄끄러운 일이었던 겁니다.
이미 나름대로 대잠전력을 쌓아놓던 스페인도 대잠항모 가지고 놀기에 재미가 들었는지, 6년 뒤인 1972년에 임대상태였던 Dedalo 를 아예 구매해버립니다. 하지만 "대잠" 항공모함이었기 때문에 고정익기 운용능력을 포함한 제공권 확보 및 대지 타격능력등은 없는거나 다름없었고, 결국 1975년에 모로코가 스페인의 북아프리카 식민지를 무력으로 병합할때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 등등도 있었습니다만, 개입하려 해도 Dedalo 이란 배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게다가 종래의 잠수함 + 잠수함 발사 대함미사일에 덧붙어, 장거리 정찰기와 같은 신종 위협이 급부상함에 따라, 나름대로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따라서 마악 항공순양함(인빈시블)에 수직이착륙긴가 뭔가 하는 물건을 얹어보려던 영국(+미국)을 따라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76년부터 80년까지 날아온 스페인 도입판 AV-8S(A) Mk.55 12대는 사실상 미국 해병대의 초도 도입형, 혹은 영국 공군형과 같은 것으로 엔진은 Pegasus 11/Mk.150 였지만 레이더도 제대로 달려있지 않은 극초기형이었습니다.
게다가 43년 건조된 Dedalo 는 이미 함령이 33년을 넘어서는 시점이었습니다.
결국 이 시점에서 해군은 Dedalo 급을 대체할 새로운 항공모함의 소요를 재기했...습니다만, 당시 스페인 내부 정세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1975년 말 프랑코가 사망하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지기 시작해서, 1977년 총선, 1978년 입헌, 1981년 쿠데타 등등 정치적 수라장을 거친 끝에, 1982년 NATO 에까지 가입했지요. 이 와중에 해리어는 어떻게 샀나 모르겠습니다.
 결국 건조사인 Bazan측은 1979년부터 설계를 마치고 건조를 시작했습니다만, 정작 해군이 실제로 정식 발주를 넣은 것은 어느정도 정국이 안정된 1982년에 가서야 이뤄졌습니다. 그 사이에 Dedalo의 함령은 40줄을 바라보게 되었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규급 항모는 애시당초 도입 자체가 불가능하고...가급적이면 예산은 아껴야 되겠고...
결국 스페인은 다시 미국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마침 미국에서 이런 걸 버리고 있어서 말입니다.
줌왈트 제독이 구상한 제해함(Sea Control Ship) 이란 물건인데...기본적으로 기존의 대전형 항모들을 개조한 대잠항모(CVS) 들을 대신해 (비행기 같은거 잘 안날아오는) 저강도 분쟁지역에서 대잠위협을 억제한다는 발상 하에 나온 배입니다.
임무영역 자체가 기존의 Dedalo 와 겹치는데다, 무엇보다 대량 건조되는 스프루언스급의 선체를 바탕으로 기관은 반으로 줄인 물건이어서 (LM2500 가스터빈 x4 -> x2. 스크류조차 하나!) 단순하고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스페인 해군은 여기에서 함수 비행갑판을 12도 가량의 스키 점프 형상으로 설계해 기존에 있던 해리어를 운용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개선하고, 기타 탐지/통신체계와 메로카 CIWS 같은 국산 무장들을 달아 최대한 가격을 억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트러블이 발생하면서 Principe de Asturias 라 명명된 신항모의 최종 취역은 1988년까지 미뤄졌고. 구형 항공모함인 Dedalo 는 1989년이 되어서야 46년간의(중간에 예비역 시절이 있었지만) 현역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에 되팔려가 스크랩되었습니다.
한편 1982년 스페인의 NATO 가입이 성사되었으니 NATO 내에서의 임무도 분담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스페인에게 서독에 라인사단 주둔시키고 전차전을 벌이라는 말은 않겠지만...나름대로 위치와 능력에 맞는 임무가 배정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NATO의 생명선이라 할수 있는 대서양 수송선단의 호위. 좀더 좁히자면 북유럽 이외(남유럽/지중해)로 들어가는 선단의 호위 및 연해 방어였습니다. NATO 가입 직후에는 Dedalo 가 그 임무를 수행했으며, 이후 Asturias 가 임무를 승계해 스페인의 대서양 항모전단 기함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좋은 이야기만 해줄 리가 없지요.
Asturias는 90년대 들어 신형 해리어 2+ 와 시호크 도입으로 Asturias 의 작전능력을 대폭 확장시켰습니다만 (대신 기존의 고물 AV-8S 는 태국에 팔아먹었지요)  정작 건조시 상정한 주요 임무였던 선단 호위나 대잠임무는 더이상 수행할 일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외까지 나가기에는 함의 능력이 턱없이 약했습니다.
Asturias 의 격납고 면적은 2300m^2 선으로 해리어 17대 격납이 한계이며, 그나마도 내부 동선이 확보되지 않아 12대 이상 격납시 격납고와 갑판간 이동시간이 극단적으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격납고 높이가 낮아서 내부 정비는 거의 꿈도 못꿀 수준입니다.
게다가 선형을 유지하고 활주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항공갑판의 폭을 좁히느라, 선촉이 29m 이하로 제한되어 5100m^2 규모 치고는 꽤나 갑판 동선이 얽혀버립니다. 게다가 스키점프도 영국식처럼 한곳만 휜 것이 아니라 전면부 갑판 전체가 휘는 형식이어서 추가적인 공간 소모가 있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SCS 자체가 다목적으로 고정익 함재기 버글버글하게 굴릴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구상한 겁니다. 용도에서 벗어났다면 효율이 떨어질 밖에요.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내부 적재량은 탄약 180톤에 연료 545톤에 불과해서 인빈시블은 커녕 항공모함도 아닌 와스프에 비견될 수준입니다.
세간에 퍼진 "해리어 29대 탑재" 라면 전기 투입 기준 기껏 2일 작전분량...그것도 경무장 한정에 수직이착륙을 하지 않으면 활주할 공간조차 남지 않습니다. 이틀 넘기면 칭찬해 줘야겠네요. 대잠 헬리콥터요? 그거 먹는건가요?
그렇다고 승무원들을 추가수용 할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속도가 빠른 것도, 항속거리가 긴 것도 아닙니다. 즉 현시점에서 제대로 굴려먹을수 있는 임무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한겁니다.
88년 취역 기준으로 Asturias 가 20년만에 후속함 후안 카를로스 1세로 교체준비를 하는 것은, 이런 "부적응" 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ps: 졸려서 여기까지...



덧글

  • 愚公 2008/01/20 09:17 #

    역시 이 바닥은 덩치가 깡패라능...
  • maxi 2008/01/20 10:39 #

    이 와중에 해리어는 어떻게 샀나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데프콘식 함대결전" 용으로 쓰면 딱이네요 ㅋㅋㅋㅋ
  • 곤충 2008/01/20 10:50 # 삭제

    그저 안습뿐..orz
  • 카린트세이 2008/01/20 11:22 #

    호오... 프란시스 데 아스투리아스에 그런 비밀(?)이 있었을줄이야.....

    웬지 이전 이탈리아의 공모도입때에도 타이밍을 못 맞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비단 이탈리아만의 이야기는 아니였는가보군요....
  • 행인1 2008/01/20 13:40 #

    2일 작전 가능한 경항모라....
  • 오토군 2008/01/20 15:15 #

    스푸루언스-이사람 이름은 발음이 어려워요-급 선체의 항모라...O-<--<
  • 게온후이 2008/01/20 16:09 #

    역시 배는 예산과 덩치와 제작국의 변태도가 깡패로군요(마지막이 뭔가 이상한데?)
  • paro1923 2008/01/20 22:11 # 삭제

    이것도 '라틴 센스'인가요? (......)
  • band 2008/01/21 10:02 # 삭제

    뭐 반대로 생각해보면 "미국"이라는 기준자..만 보고 비교하면 제대로 하고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먼저 생각해 봐야갰죠. 국내,국외,국제정세변화보다는 예산집행(+관련기술분야 개발,발전,도입능력및 노력)등이 느린나라로서는 미래예측은 그저 로또일 뿐이죠.
  • 개발부장 2008/01/21 20:19 #

    Principe de Asturias가 이런 놈이었단 말인가--;;
    선체는 스풀급에 가스터빈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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