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휴먼레이스에 대한 소소한 호평과 불만 아부뭉치



1. 주최측 이야기

- 코스 선택은 좋았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다리를 두 번이나 지나는 코스여서 강바람 덕에 그리 덥지 않게 뛸 수 있는 것도 그렇고, (의도한 것 같지는 않지만) 최종 직주로가 약한 내리막이어서 스퍼트가 그럭저럭 쉬웠던 것도 호평받을 만 했습니다.
사실 도심 한복판에서 주요 도로와 다리를 두시간 가까이 개방한다는 것 자체가, 이런 행사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요.

-쿨링 존은 좋더군요. 기본적인 부분이긴 합니다만 충분한 수량이 확보된데다 피니시라인 바로 뒤가 아닌 좀 떨어진 위치에 설치해서 사람들이 몰리는 걸 막았다는 건 칭찬할 만 합니다. 급수대의 위치도 그럭 저럭 잘 선정했다고 생각합니다.

-물품보관소 일처리도 그리 느리지 않은 편...자원봉사자인지 아르바이트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후자겠지요?) 상당히 열심히 하더군요. 하긴 거기서 느긋하게 움직였다가는 80시버트 이상에 상당하는 눈총 공격에 노출되었겠습니다마는.

-칩 형태로 계측을 실시해서, 꽁수를 부리는 얌체족들도 억제하고 기록도 정밀하게 나온 부분도 마음에 들긴 했습니다. 보통 자율통제식 대회에서는 정말 별별 얌체들이 다 보이지요.

-여기서부터는 불만. 인원 통제에 결정적으로 실패했습니다.
도로 통제 시간에 제약이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만, 주행시간별로 구분한 각 그룹간에 적어도 3분 이상의 시차를 주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안내요원도 한 5분 가량 텀을 두고 출발할거라고 설명했는데, 실제로는 한 3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출발시키더군요.
결국 앞서 출발한 조의 후미와 뒷 조의 선단이 뒤엉켜서 쉽사리 난장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의료진 자체의 숫자가 부족한 건 아니었습니다만 그 위치가 불규칙했습니다. 발목 삔 뒤에 진행요원들에게 의료진을 어디쯤 가야 만날 수 있는지 세번이나 물어봤습니다만, 그 중에 대답을 들은 건 단 한번입니다.

- 게다가 임시 의료진 (적십자 마크 달고 계신 분들) 이 소지한 의약품은 반창고와 맨소래담 종류 뿐이었습니다. 어차피 간단한 조치만 취하고 상태가  좋지 않다면 정식 의료진을 호출하는 구조였겠지만 이 부분은 영 아쉽더군요.
실제로 터닝 포인트 인근에서 다리에 쥐가 난 분을 마사지한 건 주행중인 참가자와 경찰 아저씨였습니다.


2. 참가자측 이야기...는 불만밖에 쓸 게 없을 듯 합니다.

- 대체 죽죽 뒤쳐지면서 50분 미만이 목표인 A조, 50-60분 목표인 B 조에 속하신 분들 뭔가요. 달리다 다치신 분들이 그리 많은건가요 (대참사로군요 대참사)  아니면 자신의 평균 타임도 모르는 건가요.
앞 조에 속했으면서 3km 지점도 못가서 걷기 시작하는 분들 덕택에 코스 초반에선 아예 미식축구마냥 컷을 하며 달려야 하더군요. 다리의 피로도 생각하면 그런 지그재그 주행으로 실 주행거리는 1km 가량 더 불었을 것만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55분 쯤 생각하고 60-70분 조인 C조 앞에서 출발. 결국 A조였다고 주장하는 분을 6k 지점에서 따라잡았습니다. 그러면서 최종 기록은 1시간 3분 쯤.)

- 그리고 피치못할 사정 상 속도가 느려졌다 하더라도 길 바깥쪽으로 이동해서 중앙은 달리는 분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기본적인 매너 아니었나요? 중앙에 뒤엉킨 덕에 몇몇 분들은 아주 포위를 당하던데 말입니다.
그나마 절뚝거리면서라도 완주의 욕구를 불태우시는 분들은 넘어갈 만 했지만, 길 한가운데 멈춰서 포즈잡고 사진찍는 분들. 걸어가며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분들. 저어어어어엉-말 눈꼴사나웠습니다. 기록 나쁘게 나오는 거야 개인 자유라지만, 적어도 다른 참가자 방해는 하지 말아야지요.

- 툭 치고 지나가면서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분들도 꼴불견.
심지어 제 다리 걸고 지나가신 분은 힐낏 보더니 혹시 쫒아올까 싶었는지 속도 높이더군요. 그렇게 살면 인생 재미있으신가봅니다.
무려 참가비 절반을 기부한다는 대회에 참가했으면, 기록 올리기 전에 인격도 최소한도까지는 올려둬야 하지 않을까요.

-도로는 통제중, 주행로는 혼잡, 옆에는 차로. 차들이 막혀있다고 무려 차도로 뛰어가시는 거기 그분들. 댁들 현행범으로 잡혀가도 할 말 없는 거 알아요? (그것도 무려 경찰 앞에서!)

-급수대는 아비규환. 급수대 시작 부분에서는 아주 밀치고 밀고 다른사람 컵 가로채고 두번 마시고...정말 난리도 아니더군요.
급수대 시작 부분에 몰린 분들로 주행로가 가로막힐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종합적인 평은 주최측에 별 셋 반. 참가자에게 별 반개 정도.
이 대회에 대한 악감정의 90% 는 무개념 참가자들을 향한 겁니다.
참고로 저는 (완주는 했지만) 어제 그 괴악한 인간이 걸고 간 오른발목이 퉁퉁 부어서 찜질중. 한 며칠은 가겠네요.

요약 : 저런 대회 나가면 최소한의 예의는 지킵시다.

덧글

  • Layner 2008/09/01 11:28 #

    어이쿠, 행사가 그렇게 진행됐군요. 저는 마감이 지나서 버추얼레이스로 참여해서 아쉬웠는데... 이런 평가를 보면 오히려 잘 된 건가 싶기도 하네요. 다리 빨리 나으시기 바랍니다.
  • Luthien 2008/09/02 16:20 #

    넵, 감사합니다.
  • 빌리 밥 2008/09/01 11:38 #

    다른 것보다도 손잡고 뛰는 인간들은 대체 뭐였는지.. 이게 산책도 아니고 -_-;;
    미식축구의 비유가 딱 맞는 것 같네요. 달리다가 속도 줄이고.. 높이고의 반복을 하다보니 배로 힘들었습니다.
  • Luthien 2008/09/02 16:20 #

    앗, 그 사람들 빌리 밥 님도 보셨군요.
  • 알바트로스K 2008/09/01 12:06 #

    사람이 너무 많긴 했습니다. 의의는 좋았어도 쫌.
    그리고 신청해놓고 칩만 낼름 반납하고 뛰지는 않는 사람들..
    저런놈년분들때문에 내가 못뛰었구나 생각하니 피눈물이 ㅠㅠㅠ

    제동생(女)도 67분 뛰었습니다. C조로 달리게 했구요. 나름 평이한 코스였던듯.
  • Luthien 2008/09/02 16:21 #

    적당히 비판을 받아들인다면 다음 회차에는 나아지는 구석이 있겠지요.
  • ajossi 2008/09/01 12:11 #

    안녕하세요 저도 4그룹에 뛰어서 막바지에 들어왔지만
    22분에 출발해서 1시간 36분쯤에 들어왔습니다
    4그룹에서 4~9km사이에 세네번 걸었는데
    4그룹에서도 엉키는 곳이 있었기에 출발인터벌하고
    강변북로쪽만 아니었다면 큰 잡음은 없었을텐데 아쉬우셨나보네요
    저도 그런 마음은 들었는데 작년 한양대에서 한 나이키 대학생에 이어
    뛴 참가자들은 익숙하겠지만 인기스포츠브랜드에서 지자체와 함께
    한 행사라 마라톤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참가자분들이
    많았다고 너그러이 넘어가보아요

    차기 대회때는 좀 더 성숙된 참가자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해봅시다
  • Luthien 2008/09/02 16:41 #

    50~70분 그룹은 완전히 게헨나였답니다. (...)
    칩 반납하고 짐 찾아서 나올때가 7시 30분 언저리였는데, 그때는 사람도 몰리지 않고 다들 완주 목적으로 뛰시는지 한산하고 분위기도 좋은게 (?) 참 부러웠습니다.
  • Labyrins 2008/09/01 12:47 #

    저는 급수대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5km급수대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8km 급수대는 정말 사람이 엉켜서...-_-;
    저는 만약 내년에 이 행사가 더 있어서 참석하게 된다면,
    기록 상관없이 제일 첫조로 출발하려고 합니다.
  • Luthien 2008/09/02 16:42 #

    어차피 평소에도 안마시고 뛰는데...저도 다음에 10k 하면 그냥 패스해야겠습니다.
  • 빠대 2008/09/01 12:59 #

    B그룹 앞부분이었는데도 A그룹 후미랑 얽혀서 중반엔 얼마나 힘들었는지...
    달리다 보니 사람들이 다 뒤로 쳐져 나가서 오히려 후반부가 달리기 편했어.
    기록 자체는 좀 손해봤지만 1달만에, 그것도 전날 술먹고 달린 걸 생각하면 좋은 기록이지 -ㅅ-
  • Luthien 2008/09/02 16:42 #

    어휴 괴인. 나는 베스트타임 50분 언저리의 범인이라오.
  • 김종옥 2008/09/02 01:46 # 삭제

    수고많으셨네요.ㅎ b조에서 저도 달렸습니다.
    지나가다 보게되서 남겨요 ㅎ
  • Luthien 2008/09/02 16:42 #

    넵, 수고하셨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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