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3번. 프리우스를 공격한다 (?) 탈것뭉치



1. 조금 긴 프롤로그
태초에 자동차의 신은 미군을 위해 험비를 만들며, 업체들에게는 절대 이 차를 민간인에게 팔지 말라고 지시하시었다.
그러나 미래에서 온 전투용 안드로이드의 유혹은 강렬했던 모양이다.
그는 민간용 험비가 튼튼하고 널찍한 차체로 인해 쇼핑이나 캠핑과 같은 ing 자 돌림의 일상생활에 퍽 유용한 차가 될 것이라 주장했고, 순진한 이브 AM제너럴이 그 말에 혹해 험비 H1을 생산하자 마자 재빨리 한대를 챙겨들고 사라져 버렸다.
그 댓가로 자동차 업계는 낙원 캘리포니아에서 쫒겨나야 했다.
신의 사도이자 가이아의 대변인, 혹은 백곰과 팽귄의 합법적 보호자를 자처하는 랍비 켈리포니아의 환경보호 운동가들은 연료탱크와 엔진에 블랙홀을 하나씩 달고다니는 험비와 같은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들에게 있어 크고 무거운 SUV란 환경보호의 적이었고, 그 중에서도 효율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험비라는 물건은 악마중의 악마이자 구층 지옥의 최대주주, 악의 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폭력에 가까운 반 험비 운동이 전미를 휩쓸었고 (그 와중에 캘리포니아국의 주자사로 임명받은 미래의 전투용 안드로이드는 "환경보호" 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자신의 험비마저 수소 자동차로 개조하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상당히 많은 험비들이 유리창 파손이나 각종 램프류 손괴, 타이어 펑크와 같은 테러를 받아야 했다.
아무리 터프한 험비의 오너들이라 해도 이런 과격한 물리 공격과 치사성 빔 공격에 가까운 눈총을 일일이 버틸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험비는 격감하는 판매량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고유가 파동이 미국을 휩쓸었다.
열렬한 환경보호 운동가이자 선지자인 백악관 거주자 조 모씨는 고유가 외엔 자동차 연료소모를 줄일 방법이 없음을 알고, 그 심복 오각정 거주자 엄 모씨와 함께 전문가들의 반대를 육탄으로 막아내며 이라크와 아프간을 공격해 전세계 유가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험비라는 군주를 잃은 채 휘청이던 크고 둔하고 먹성 좋은 트럭과 대형 SUV 들의 판매량은 고유가의 벽 앞에 격감했다. 빅3를 위시한 자동차 업계는 오일쇼크 이후 최대의 불황에 허덕여야 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신 자동차의 신께서는 맑은 공기를 구원하시고자 성모 도요타로 하여금 프리우스를 낳게 하시었고, 프리우스는 30년 9년간의 1세대 생활을 청산하고, 고유가의 세계를 구원키 위해 2006년에 2세대로 거듭났다.
프리우스는 GM의 볼트 (전기차) 같은 급진주의자의 방식 대신, 모세의 율법 내연기관을 바탕으로 전기 구동계를 조합하여 연비를 향상시킨다는 하이브리드적 진리로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프리우스의 휘하로 캠리, LS, GS, 시빅, 어코드 등등의 십이사도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속속 모여드니, 프리우스의 디트로이트 대관식에 호산나 굿쟙 굿쟙 하는 소리가 드높았다 전해진다.



2. 본론같지 않은 본론.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은, 구세주의 현현이 그리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퀘이어의 레드우드를 벌목하거나 건설교통법에 저촉되는 거대한 불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건축하지 않는 다음에야, 2톤이 좀 안되는 프리우스를 십자가에 못박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성공한다면 나름 현대적 설치예술로 평가받을수 있겠지만)
그래서 그들은 조금 더 간편한 방법 - 폭력과 방화를 선택했다.
최근 로스엔젤레스에서는 프리우스 한 대가 도심에서 불타는 사고가 일어났고, 캘리포니아의 페탈루마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주에 걸쳐 총 일곱대의 프리우스가 파괴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단순히 해드램프나 리어램프. 유리창을 깨뜨리거나 타이어를 펑크내는 등등의 비교적 가벼운 테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저렴하게 굴릴 랜트카가 필요했던 어느 가난한 여성은 랜탈한 프리우스를 두 차례나 공격당하는 바람에, 수리비를 위해 연장근무를 자처해야 했다고 한다.
소위 "프리우스 반달" 이라 불리는 이런 현상은 처음엔 다른 고급차 공격과 비슷한 것으로 여겨지며 대수롭지 않게 취급되었으나, 그 빈도가 점차적으로 늘어나면서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리우스 반달은 불특정 다수가 불특정 다수를 향해 가하는 폭력인 만큼, 근절은 커녕 수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가?
녹색 옷을 즐겨 입는 대부분의 프리우스 오너들은 "잘 배우지 못한 지역 불량배들" 이 "프리우스 반달"의 주축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환경보호를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기며, 환경 보호니 세계 평화니 하는 잘 알아먹지도 못할 소리들을 주절거리는 꼰대들 때문에 자신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해서, 헐리우드 스타들도 종종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타고 다니는 (=한 눈에 하이브리드임을 알아볼 수 있는) 프리우스가 다른 차들에 비해 쉽게 테러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녹색 티셔츠를 편집증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카우보이 모자와 픽업 트럭의 옹호자들은 프리우스 반달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프리우스 자체보다는 프리우스의 오너들이 보이는 공격적이고 비판적인 성향이 주변을 자극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게의 프리우스 오너들은 "자신이 하이브리드를 탄다고 주장하기 위해" 프리우스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캠리나 어코드 같은 패밀리 세단의 하이브리드 버전은 훨씬 넓고 편리하며 연비 역시 나쁘지 않다.
디트로이트산 SUV 역시 그럭 저럭 쓸만한 하이브리드 버전을 딜러의 브로셔에 끼워넣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의 라이프 스타일에 있어 느리고 좁아터진 프리우스에 비해 훨씬 유익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프리우스를 구입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흡연공간에서의 흡연조차 공공장소에 0.01% 의 확률로 불어닥치는 일종의 제트기류를 고려할 때 잠재적인 살해시도라도 되는 양 행동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터나 닷지 램을 타고 다니는 오너들은 이런 편집증적 반응에 훨씬 자주 부딛치는 편이며, 그래서 이런 결론을 쉽게 내리곤 한다. "선의의 피해자들도 있겠지만...이런 행동이 공공연한 불만과 은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 아니겠는가?"



3. 쓰다 귀찮아서 결론.
양 측의 주장은 두 가지 큰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바로 "자신들의 해석은 틀렸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상대의 주장만은 정답이 아닐 것이다" 라는 점.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과격한 "반 험비 운동" 의 대칭형이라는 점이다.
과연 정답은 어느쪽에 가까울까?
분명한 것은 "프리우스 반달" 이 단순한 유행성 테러나 반 환경운동이 아닌, 복잡한 "대립" 과 얽힌 문제라는 것, 그리고 시간을 두고 자동차 이외의 영역까지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는다면 정답에는 결코 근접할수 없으리라는 것 뿐이다.
섣부른 결론 이전에 진지한 관찰이 우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ps: 물론 (언제나 그렇듯) 언론은 입맛과 방침과 지면에 맞게 상황을 단순화 시켜 보도할테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해에 맞게 단정지으려 들겠지만.

덧글

  • shaind 2008/09/08 18:23 #

    미국도 막장이네요. 프리우스 타고 환경보호하는 척, 잘난 척 하는 게 꼴뵈기 싫어서 차를 때려부순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데......
  • Luthien 2008/09/08 18:25 #

    한국도 타이어 펑크 내고, 컨버터블 소프트탑을 커터로 죽 긋고 지나가는걸요.
  • 행인1 2008/09/08 18:26 #

    집을 불싸지르는 "환경 운동"도 있는 미쿡답군요....
  • Luthien 2008/09/08 19:15 #

    땅도 넓고 사람도 많으니...
  • Alias 2008/09/08 19:08 #

    혼다가 곧 내놓을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인사이트 2세대(단종되었다가 재설계해서 내놓는 물건이니 2세대라고 하긴 좀 이상하지만)의 경우에 리튬을 쓰는 모험 대신 NiMH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결국 아반떼 LPG하이브리드가 세계최초의 상용 리튬하이브리드 모델 자리를 꿰찰 듯 합니다.
  • Luthien 2008/09/08 19:16 #

    아반떼 하이브리드가 북미 수출 된 뒤에, 거기에 불을 지르면...(하략)
  • gforce 2008/09/08 19:38 #

    못생긴 프리우스 따윈 태워야 제맛(...)
  • Luthien 2008/09/09 23:17 #

    그건 좀...(못생긴건 동의합니다만)
  • 아방가르드 2008/09/08 21:23 #

    유명인사들이 '나 환경 신경쓴다'고 자랑하려는 듯 프리우스를 타는 풍조를 보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농담삼아 생각하곤 했었는데말입니다-_-;
  • Luthien 2008/09/09 23:17 #

    예. 불행한 예언이 됐네요.
  • ydhoney 2008/09/08 21:44 #

    반 환경운동은 불행한 일입니다만, 환경운동가들의 "과격한 프레임" 역시 조금은 부드럽고 친숙하게 수정되어야 할 필요는 있는듯 합니다.
  • Luthien 2008/09/09 23:17 #

    환경운동은 결국 "함께 가야 하는 것" 인데, 그걸 너무 간과하는 듯 합니다.
  • aqyun 2008/09/08 21:54 # 삭제

    읽는 내내 웃었습니다.
    비유를 적절하게 사용하셨군요. ^^
  • Luthien 2008/09/09 23:17 #

    아,오버라는 말은 듣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흑)
  • paro1923 2008/09/08 22:30 # 삭제

    반달리즘도 나쁘지만, 잘난 척하는 '환경 된장족'도 구타유발인 건 맞군요.
  • Luthien 2008/09/09 23:18 #

    그런데 어느쪽이 정답에 가까울지는... :D
  • Eraser 2008/09/08 22:41 #

    돈 없는 사람들이 장기 렌탈이나 애써 구입한 프리우스가 완파되거나 테러 당하면 정말 OTL일듯..

    답 없는 ㅄ수준의 환경주의자(..라고 쓰고 반대질만 하는 병진들이라고 읽는다) 들도 문제지만 선의 피해자들은 정말 막막할 것 같은데 말이죠
  • Luthien 2008/09/09 23:18 #

    사실 무차별 테러라는 게 그래서 절대 대의명분은 얻지 못하지요.
  • 지오닉 2008/09/08 23:45 #

    아....내년에 차를 뭐사야하나 orz
  • Luthien 2008/09/09 23:18 #

    아무거나 (?)
  • 낙관비관 2008/12/17 15:01 # 삭제

    미국이라면 여러 면에서 맘편히 탈 수 있는 제타 TDI가 나은 듯 하나;; 2009년에는3 30000대 한정 판매크리;;
  • sephia 2008/09/09 16:56 # 삭제

    하여튼 너무 나가도 안 좋아요.

    환경보호는 좋지만 말이죠.
  • Luthien 2008/09/09 23:19 #

    중용이라는게 참 어렵습니다.
  • 낙관비관 2008/12/17 15:00 # 삭제

    이런 추세 때문에 프리우스에 거의 상응하는 효율을 가진 클린디젤 폴크스바겐 제타 TDI가 각광을 받고 제타빠 혹은 유럽디젤엔진빠와 프리우스빠 혹은 하이브리드빠들이 미국에서 키배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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