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F1 데모런 후기! (스크롤 & 사진 주의) 탈것뭉치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달렸다 같은 단신보도성 이야기는 다른 분들도 충분히 언급해 주실 터이니 생략합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접습니다. 사양 달리는 분들은 클릭 전에 리소스 정리하세요. (클릭)


08시경 도로폐쇄때부터 도착해 있었지만, 모종의 오해로 실랑이를 벌이다 09시 즈음이 되서야 가까스로 탈출해 코스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도로는 코엑스 앞 블럭 하나 분의 편도 4차선을 통째로 막아 대략 400m 가량 (추정) 거리는 확보했지만, 안전지대나 부대시설, 간이 피트 등의 위치를 감안하면 실 주행거리는 300 을 좀 넘을 정도로 짧더군요.
하긴, 토요일 반나절동안 삼성동 큰길을 막아버리는 것 자체가 용자의 웅지이긴 합니다만.
사진은 F1 머신용 스타트라인 반대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넉 대의 스톡카들입니다. 짧은 시간밖에 달리지 않을 헤드라이너, 자우버 F1.08을 대신해 분위기를 띄우는 역을 맡았습니다.
저 멀리에는 붉은 색으로 치장한 겜발라 아발란쉬 911 튜닝카도 보이고, 바로 앞에선 가드라인용 워터블럭에 열심히 물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분주한 현장입니다.

비슷한 시간, 반대편에서는 BMW 자우버의 F1.08을 실은 컨테이너가 도착했습니다.
항공운송용 컨테이너인데도 알만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술렁거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컨테이너 개방! 귀하신 몸 F1.08  이 서울 햍볕을 쬐는 최초의 순간입니다.

자우버 크루들의 손놀림이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처음엔 덜컹덜컹 거리며 돌아다니던 지게차도 저때만은 조심조심 움직이더군요.
F1 의 위명 덕인지, 크루의 요청 덕인지, 아니면 100억을 상회하는 차값의 무게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D

컨테이너에서 꺼낸 머신을 크루들이 직접 밀어 옮깁니다.
파손과 면적 문제 상 포뮬러 머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윙과 핀들은 대부분 제거되어 있습니다.

세이프티 카로는 BMW M3 이 등장했습니다.
참고로 이때 재미있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우연히 주변을 지나가던 무르시엘라고가 차 막힌 틈을 타서 머신이 있는 임시 피트를 보려는데...
차가 너무 낮아서 워터블럭 너머가 안보이는 겁니다.
...람보르기니의 굴욕이랄까요. 주변에 있던 모두가 그 즉시 "로드스터형 슈퍼카의 필요성" 에 대해 격렬히 동의했습니다.

무르시엘라고의 굴욕은 아쉽게도 찍지 못했습니다만, 꿩대신 닭으로 포르쉐는 찍어봤습니다.
저 여유로운 시야를 보세요. 포르쉐의 실용성이 매우 극명히 증명된 사례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퍽)
이후에 저는 내려가서 10:30 언저리부터 11시까지 삼성역에 내려가서, 오시겠다는 분들을 기다렸습니다만. 어째 정시 도착이 한 분밖에 없더군요. 연락하신 분들도 없고. (저는 분명 자리 관계상 시간 넘어가면 자리 뜬다고 말씀 드렸는데 말입니다)
...각설하고, 예정 시간이 지났으므로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습니다.

임시로 만들어 올린 스타트 라인. 2010년 코리아 그랑프리라고 합니다.
...사채를 써서라도 가야 할 이벤트입니다. (흑)

내부에서는 어느새 윙까지 조립을 마치고, 차체를 올린 뒤 타이어까지 떼어내고 있었습니다.
머신이 본모습을 갖춰가는 만큼, 주변의 흥분도 조금씩 고조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행사가 원만하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타임 스케쥴이 맞지 않는 것은 첫 행사임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어느정도 용납할 수 있었습니다만... F1에서 머신 못지 않은 볼거리인 F1 머신의 피팅을 꾹꾹 숨겨두는 것은 물론이고, 덩치 좋은 경호원 아저씨를 앞세워 시야를 철저하게 막아버린 건 정말 불만스러웠습니다. 꼭 저기에 서 있어야 했느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진행요원은 없더군요.
(특히 저 인덕높으실듯한 분, 현지 안티로 카페만 만들어도 세자릿수 회원은 나올겁니다)
게다가 프레스나 VIP로 들어간 인원들이나 방송요원들의 무분별한 들이밀기 덕에 임시 피트 쪽의 관람성은 좋게 봐 줘도 낙제점을 면키 어려운 수준. 이거 홍보를 하려는 건지, 주최측 + 언론 안티를 만드려는 건지.
저도 프레스 받을 수 있는 입장이었지만 정식 취재도 아니고 모임도 있고 해서 밖에 있던 터라 더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부럽다는 생각 보다는 분명 짜증이 앞섰습니다.

그 사이에도 스톡카나 겜발라 튜닝카 등등이 빙글빙글 돌며 분위기를 띄우...려 했지만, 반대편이면 모를까 피트 언저리에서 머신 보려고 몰려들어 있던 사람들 눈에 대당 10억도 안될 차들 (...) 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시간은 하안-참 남았는데, 테스트인지 장난인지 F1.08 쪽에서 자꾸 엔진을 돌려봅니다. 스톡카가 성량 좋은 뢁커 정도라면, F1.08 의 음색은 목소리를 가다듬는 소프라노 정도의 음역. 피트 가까운 곳에서는 발끝으로 나릿한 진동까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스핀턴 하다가 자꾸 더 돌아버리는 스톡카 분들께 눈이 갈 리 만무.
죄송합니다. 다음에 용인 갈게요.

그래도 열심히 빙글빙글 돌아주신 덕에 멋진 스키드 마크가 남았습니다.
..............그리고

닉이다!


...라는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주인공 등장!
네, 닉 하이드펠트. BMW 자우버의 세컨드 드라이버이자 올 시즌 6위를 마크하고 있는 그 괴수입니다. T-T!

...그런데 보이지도 않습니다. 사람이 좀 많아야죠.
하지만 작은 체구의 멋진 수염이 흘끗 흘끗 보일때마다 와, 와, 하고 환성이 터집니다.
F1 드라이버 정도 되는 희소종족이면, 그것도 Top 5  언저리의 엘리트라면 저정도 환호성을 받을 만한 가치는 있지요.
그래도 뭐가 보여야지. (투덜 투덜)

세이프티 카에 탑승해 코스(랄것도 없지만)를 둘러보고, 단상에 인사하러 출발하는 닉.
왼손 약지의 반지에 피눈물을 흘리셨을 여성 팬 분들 (특히 XX 누님, X 누님 등등) 께 심심한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단상에 올라가기 전에, M3로도 가벼운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퍼포먼스라고 해 봐야 양 사이드에서 스핀턴을 하는 정도입니다만...카운터 스티어로 차체를 바로잡는 스톡카들과 달리 깔끔하고 빠르게 한 치의 오차 없이 슥 하고 돌아버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닉의 인사 + 인터뷰 이후에 크라잉넛이나 그 이름도 기억 안나는 으워어~ 하는 그룹 (괴수냐?!) 들이 노래도 부르고 했던 것 같습니다만, 음향시설이 나빠 피트 쪽까지는 잘 들리지도 기억도 나지 않으니 생략합니다.
그리고 또하나의 불만.

...저기, 그 레이싱 수트. 뭔가 굉장히 페.라.리.스.럽.습.니.다.만.
머신 취재 나왔다고 수트 챙겨 입을 정도 센스가 있으시다면 F1의 타 팀들에게 있어 페라리가, 그리고 티포시가 대체 어떤 존재인지 모르시진 않을 터인데... 저런 의상은 좀 자제해 주셔야지요. 핏 크루들의 "저쉑 티포시 아냐?" 라는 의심섞인 표정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참고로 저 방송팀인지 뭔지가 머신 찍는다 만져본다 물어본다 이리저리 깔짝대다가 본행사인 데모런이 10분 이상 지연되었습니다.
주객전도도 유분수지.

아. 그리고 본행사 이전에 F-1 머신과 기타의 세션이라는 기획이 있기에...


...이런 건가 하고 기대를 해 봤습니다만.

그냥 단상에서 머신 배기음 맞춰 혼자 연주하고, 영상 중계용 카메라를 엔진도 걸지 않은 카메라 앞에서 빙글빙글 돌리고 있더군요. (...)
피트 크루의 지하철에서 천원짜리 양말 파는 아저씨를 보는 듯한 눈길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http://pds3.egloos.com/pds/200612/05/05/d0030305_10121631.jpg

(핏크루 여러분 고생 많으셔요)

여하간...여러 슬랩스틱 개그들의 차례가 지나가고, 이날의 주인공 순서가 돌아왔습니다.
눈 좋은 누군가의 "닉이 헬멧 쓰네요!" 라는 외침과 동시에 핏 인근에 자리 잡은 사람들의 시선이 스타트라인으로 집중.
스티어링 휠을 장착하고, 타이어 워머가 벗겨지고, 렌치가 내려지고, 세팅용 컴퓨터가 철거되고, 날카로운 시동음과 함께...

주인공이 스타트라인에 등장합니다.
네. 이녀석을 보기 위해 아침 여덟시부터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흑)

그리고 스타트 신호와 함께 출발!
회전수를 끌어올리는 소리와 함께 시야 너머로 사라져 버렸...으면 좋았겠습니다만, 아쉽게도 스타트에서는 별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출발과 함께 순식간에 가속하는 퍼포먼스는 명불허전. 눈 깜짝할 사이에 반대편 끝까지 도달해 풀 브레이킹과 함께 도너츠를 몇 개 그려주고 피트쪽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오다말고 멈춥니다.
일순 관객들은 술렁술렁. "뭐죠?" "문젠가요?" "설마요." "사진 찍으라고 멈춘거 아니예요?" 등등등.
...그런데, 아이들링조차 들리질 않습니다. 네. 진짜 멈췄네요.
데모런 중에 엔진 멈추는 일도 그리 희귀하지만은 않고, 이번 행사에는 2전쯤 쓰고도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아해를 들고왔다 하니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만...주최측 쪽에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더군요.

황급히 달려온 크루들이 재시동 준비. 정말 멈췄나봅니다.
닉은 뿌루퉁한 표정. 옛날엔 데모런하다 실수로 윙 날려먹은 적도 있었을 텐데, 이래저래 데모런 관련 안좋은 추억만 가득이군요.

어쨌건 다시 시동 거는데 성공!
조심스레 다시 머신을 돌리는 닉. 하지만.

"이건 뭔가 아닌거 같은데."
"저기 닉, 그게 아니라..."
"뮌헨 큰형님이나 자우버씨가 참 좋아하겠군."
"..........미안."
(같은 대화가 오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간 참 봐주기 민망하더군요. 지못미 크루 아저씨들.

그래도 소년가장 닉은 만신창이의 머신을 이끌고 사람들 앞에서 휠스핀을 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갔답니다...(퍽)
그리 해피엔딩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정말 멋진 데모런이었습니다.
사소한 불만따위는 시원시원한(것 같다가 멈춰버렸지만) F1.08 의 주행에 날려버린 셈 치고.

2년 후. 전남 영암에서 뵙겠습니다.




덧: 사진 제공해주신 딱쥐님과 wasp 님께 감사드립니다.

덧글

  • Spearhead 2008/10/04 22:35 #

    영암에서 뵙기 위해 신장이라도 하나 뗄 각오를 하고있습니다(...)
    이거 안보면 평생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요;
  • Luthien 2008/10/04 23:03 #

    가야지요.
  • wasp 2008/10/04 22:37 #

    잘보고 갑니다.

    정말이지 주체측은 임시피트쪽의 관람성은 생각하지않는건지.... 기자들과 VIP들만 눈만있다고 생각하는것도 아니고....(궁시렁궁시렁)
  • Luthien 2008/10/04 23:03 #

    (투덜투덜)
  • 메카닉이론 2008/10/04 22:39 #

    행사 진행이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Luthien 2008/10/04 23:03 #

    첫 행사인 건 감안해야지요. 차차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 정호찬 2008/10/04 22:43 #

    앗싸 내일 금남로 가는데!


    ......레이싱 모델은 없...... 뭐 차를 봐야 하는 거니까......
  • Luthien 2008/10/04 23:03 #

    ...그 1년 연봉 1세기분 합쳐봐야 머신 한대값도 안되는 인생들은 뭣하러 찍으시려고요.
  • 계란소년 2008/10/04 22:58 #

    머신 사진 비교해보니 F1.08이 아니라 F1.06 같습니다.
  • Luthien 2008/10/04 23:05 #

    사이드포드의 배기부는 07부터 장착되었지요.
  • 계란소년 2008/10/04 23:08 #

    프론트윙은 06의 것 같은데...
  • Luthien 2008/10/04 23:14 #

    올해 머신들의 시각적 공통점이 프론트 윙을 복층화하려는 거지요. 바이킹혼, 드래곤 헤드, 우사미미 등등등.
    페라리처럼 프론트 엔드에 갖다붙이거나 멕라렌처럼 넘기거나 도요타처럼 프론트 위로 T 자 모양을 그린 건 아닙니다만, F1.08에서도 07과는 다른 파트를 찾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자세한 건 구글신의 은총을.
  • 계란소년 2008/10/04 23:23 #

    올해 프론트윙은 위에 달린 거 외에도 밑에것 자체가 3중날 형태지 않은지요.


    http://pds11.egloos.com/pds/200810/04/69/a0010769_48e77bfe83311.jpg
    운행 준비 중 찍힌 노즈콘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d/dc/Robert_Kubica_2008_Canada_2.jpg/800px-Robert_Kubica_2008_Canada_2.jpg
    F1.08의 기본형 프론트윙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3/3e/Nick_Heidfeld_2006_Brazil.jpg/800px-Nick_Heidfeld_2006_Brazil.jpg
    F1.06의 프론트윙. 오늘 머신의 복층은 이쪽이 맞는 듯 합니다만...
  • 계란소년 2008/10/04 23:24 #

    사실 완벽한 어느 년식 머신이라기보단, 시연용으로 특별히 마련된 짬봉 머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 지구밖 2008/10/04 23:47 #

    노즈나 프론트윙이나 사이드포드도 그렇고 밋밋한 바지보드도 분명한 건 올해 모델은 아니에요.
    작년이나 재작년 모델 같네요. 어차피 매 경기마다 다 다르니 찾아보진 않아서 확실히는 모르겠지만..짬뽕일 수도 있고요.
  • Luthien 2008/10/05 14:33 #

    애매~ 하네요. 일단 에어로파츠 바뀌는 예가 없는것도 아니니 더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
  • 아방가르드 2008/10/05 01:53 #

    좋은 해설 감사드립니다~ 사진 찍느라 정신없었지만, 저두 보고왔지요 ㅎ
  • Luthien 2008/10/05 14:33 #

    재미있더군요. T-T
  • 라피에사쥬 2008/10/05 10:38 #

    ☆페라리 음모론에 불을 붙이고 있는 라피☆

    수고하셨습니다~
  • Luthien 2008/10/05 14:33 #

    (소화기)
  • 카라무궁화 2008/10/05 13:17 #

    음 제 옆쪽에 계셨던 분들 중 하나셨나봐요. 사진찍으신 각도가 제가 찍은 것과 비슷 -ㅁ-!
  • Luthien 2008/10/05 14:34 #

    앗, 가까운데 계셨던 분인가봐요. :D
    반갑습니다.
  • Livein 2008/10/05 14:20 #

    멋지게잘봤습니다^^ 근데 머신참 말안듣는가봐요~
  • Luthien 2008/10/05 14:34 #

    시간도 그렇고, 좀 애매했던 것 같습니다.
  • 딱쮜 2008/10/05 15:26 #

    일단 그 덩치좋으신 보디가드 분에게 분노의 눈초리부터 한번 날려주고.. ㅡㅡ;;
    어떻게 된게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안하신답니까.
  • sephia 2008/10/06 10:35 # 삭제

    저기 간 사람들 전부 나 좀 봅시다!!!(화난 sephia씨)
  • 딱쮜 2008/10/06 16:17 #

    으헉.. 위의 트랙백 2개는 삭제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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