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의 전당 - 보급 재탕뭉치

짧은 역사 이야기 하나 : 파파울프님 댁에서 납치

과거 수나라 양제가 고구려를 침략할때 수나라 장군 우문술이 휘하의 병사들에게 30kg의 식량을 지고 가게 했습니다.
하지만 강행군이 계속되자 진이 빠진 병사들이 몰래 식량을 땅에 파묻었고, 결과적으로 살수대첩 이전에 발생한 심각한 식량난으로 이어졌다는 건 상당히 잘 알려진 이야기지요.
어릴때는 저걸 보고 우문술을 마구 비웃었습니다만...정작 비슷한 일을 직접 계산해 보니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니군요.

예를 들어서 1만명의 부대를 움직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계산을 위한 편의치로 하루 500g 가량의 건량을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실제로는 더 됩니다) 하루 소모량 5t, 일주일이면 35t, 한달이면 150t.
1만명이 한달제대로 움직이려면 5000가마, 20가마 싣는 수레로 250대 분. 결국 이동 포함 30일이라는 단기작전이라 해도, 총 병력중2.5% 이상은 항상 최소한의 식량 보급을 위해 빠져있어야 한다는 결론 도출.
물이 필요하다면 한사람 앞에 하루 1L만보급한다 해도 하루에 10t 소모, 그나마 물은 사막 아니라면 비교적 구하기 쉬운 편이니 일주일치만 휴대한다 해도 70t,식량수레와 같은 사이즈의 수레로 운송한다고 가정하면 120여대 가까이 필요하네요.
그런데 수레라면 끄는 동물이 있을텐데, 이런 동물에게 아무 풀이나 주면 다치죠, 풀이나 물이 언제나 있으리라고는 보장할수 없고, 여물에 어느정도 열량도 확보해줘야 하니 이것들을 추가로 날라줄 별도의 수송인력이 다시 소모됩니다.
일단 수레가 600kg 수송 기준이니 무리해서 한마리만 수송에 가담한다고 가정하고, 보통 대형 마필에 하루 10kg 이상의 사료와세배의 물을 제공해야 하니까...380x10, 380x30이 하루 최소보급량, 중간보급이 비교적 수월하다 해도 총 800여대에이르는 수레와 같은 수의 마필이 필요하네요.
그렇다면 수레 한대당 한명 이상의 몰이꾼도 필요할테고...관리병력, 호송병력을1/4 정도만 투입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10000명의 병력에 최소한의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체병력중 10% 이상이 반드시수송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삼국지에서는 픽픽 죽어나가는 규모인 1만여명 주제에 말입니다.

하지만 겨우 먹어서야 작전 절대로 못하지요.
사기진작이나컨디션 유지, 혹은 물자가 파괴되거나 약탈당했을때를 가정한다면 생필품도 충분한 여유물자가 있어야 하고...병장기, 별도의마필이라던가 특수한 병기의 유지보수장비 같은것이 셈에 추가되면 수송에 투자되어야 할 비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게다가수송하는 병력이 소모할 물자도 소모분에 포함되므로, 병력이 늘어날수록. 혹은 수송전력에 투자할수록 수송전력의 효율은 점차적으로 떨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창칼 휘두르며 싸우는 원시적인 군대라 해도, 최소한 20~25%의 전력이 수송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정상적인장기작전을 펼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저정도 물자를 확보하고 그것을 수송할수 없다면 아무리 백만대군이 있어도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는다는거지요.
민폐를 끼치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도 부대 작을때나 통용되는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사람 잡아먹을 것도 아니고.



덧글

  • Ya펭귄 2008/10/14 19:36 #

    아니면... (빠찡꼬기계를 만드시던)고에이 삼국지처럼 차근차근 땅따먹기를 하면서 들어가는.....


    탄수화물 에너지의 우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안습...
  • Luthien 2008/10/15 02:08 #

    이제야말로 규소생명체의 세계로 나아갈 때!
  • 계원필경 2008/10/14 19:39 #

    나중에 나폴레옹도 저거 때문에 캐콴광 당하지요...(어머니 러시아의 승리?)
  • Luthien 2008/10/15 02:09 #

    사실 나폴레옹도 보급이 아작났다기 보다는...진퇴양난의 늪에 빠졌지요.
    후퇴해도 죽고, 진공해도 죽는.
  • 에르네스트 2008/10/15 10:36 #

    그리고서는 핑계는 얼어*을 만큼 추워서 망했다~ 라고 했죠(실제로는 관광당하고나서 후퇴할때 추워서 패잔병이 더많이죽은것이었다고 하지만 말입니다)
  • astroahb 2008/10/14 21:10 # 삭제

    그래서 손자 벙법은 적군에게서 탈취한 1가마의 곡물은 아군이 후방에서 수송해온 10가마의 곡물과 같다고 말한다지요.
  • Luthien 2008/10/15 02:09 #

    진리입니다. 요즘에야 물자가 풍족하다지만서도...
  • 마지막천사 2008/10/14 21:26 #

    솔직히 세계 1차대전 이전의 전쟁의 양상은 수송부대 강간당하면 그 부대는 대부분 완벽히 털렸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뭐 중국의 경우에는 숫자에 관련되서 뻥이 너무 심하긴 했지만 사실상 수송원이나 지원부대를 잘라버리면 군대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고립되기 쉬웠죠. 때문에 대군을 갖춘 부대의 양상은 전면전으로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경향이 많은 것이구요.
  • Luthien 2008/10/15 02:09 #

    그래서 보급 보장 못받고 진공한 롬멜을 비난하는 사람도 많고요.
  • 데프레 2008/10/14 22:12 # 삭제

    그런 의미에서 몽고 칭기스칸의 기마병은 상상을 초월했죠. 몽고초원에서 유럽까지 2개의 만인대가 돌파하는데 추정되는 최단기간이 보름이라고 합니다. ㅡ_ㅡ;;;
    병사 한 명이 여러마리의 말을 데리고 다니면서 수시로 갈아타고 휴대용 훈제육포로 볼 수 있는 휴대용 식량은 거의 소한리 분이라고도 하죠....;;;
    말 위에서 태어나 말 위에서 죽는다는 몽고인의 뛰어난 기마술과 보급부대를 필요치 않는 식습관 및 휴대용 식량은 광할한 몽고제국의 초석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 paro1923 2008/10/14 22:55 # 삭제

    몽골군은, 지금으로 치면 한 명 한 명이 경전차이면서 동시에 기계화보병이죠.
    (공성전 배운 뒤로는 시즈 모드까지 겸비...;;;)
  • 제드 2008/10/15 00:13 #

    말 데리고 다니다 그 말로 육포를 만들었다고.. -0-)a
  • Luthien 2008/10/15 02:10 #

    걔들은 시대가 낳은 비극.
  • 뽀도르 2008/10/15 13:49 #

    사람 잡아 먹어 식량을 삼은 군대(?)도 있지요. 당나라 황소의 반란군 같은 경우 아주 조직적으로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데.. 영 믿기지는 않습니다만...
  • 곤충 2008/10/15 14:43 # 삭제

    제가 보급전 읽고 나서 제일 시껍한 부분이 저부분이었죠...
    그전에 저 식량+개인장구를 들고다닌 수나라 병사들은 헤라클레스?
  • 흠.... 2008/10/15 15:49 # 삭제

    마지막 사람 잡아 먹을것도 아니고..... 부분에서


    초식동물론을 설파하신 무다구치 옹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 홍차도둑 2008/10/15 22:36 #

    오죽하면 미국이 '2차대전에서 이긴 3대 무기중 하나'로 그놈의 수송용 트럭을 꼽껬습니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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