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터보가 장착된 OM602의 개량형 OM662)
1. OM 602. 벤츠에서 개발한 2700cc급 직렬 5기통 엔진으로 한국에서는 쌍용의 SUV 무쏘와 코란도, 이스타나등에 사용되었습니다. 최고출력은 95마력. 국내에서는 일명 '벤츠엔진'으로 통했습니다.
2. 때는 AD 1993년. 21세기도 2002년 월드컵도 멀고 먼 이야기였던 시절.
아버님께서 차를 좋아하는 소년에게 신문에 끼인 팜플렛을 하나 주셨습니다.
팜플렛의 주인공은 쌍용자동차의 신차, 무쏘. 검은색의 육중하지만 날렵한 무쏘의 차체를 배경으로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지요.
"세계최강 95마력 벤츠엔진!"
소년은 감동했습니다. 세계 최강이랩니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쏘가 세계 최고의 난코스인 파리 다카르 렐리에서 선전했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사실 이때 출전한 차량은 3200cc 가솔린...)
결국 소년의 가치관은 '95마력' 을 중심으로 정립되었습니다.
95마력은 세계 최강이었고 물리적인 한계였으며 넘을수 없는 선이 되었고, 소년의 설계낙서한 각종 차량, 선박, 비행기, 우주선, 로보트, 기타 결전병기나 잡동사니에서는 언제나 '95마력 벤츠엔진' 이 동력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3. 하지만 벤츠엔진의 환상은 또다른 팜플렛 한장에 깨지고 맙니다.
현대자동차 대리점 개설행사에서 엘란트라 팜플렛을 한장 얻어온 소년은 말도 안되는 문구를 발견하고야 말았습니다.
"1600cc DOHC 126마력."
126? 26을 잘못쓰거나 한것 아닐까?
하지만 인쇄상태는 훌륭했습니다.(...)
126-95=31, 그러니까...벤츠엔진보다 31마력이나 센 엔진이 존재했던 겁니다.
그것도 1600cc, 2900cc인 벤츠엔진보다 1300cc나 작은 엔진이 말입니다.
4. 소년은 곧 현실부정에 착수했습니다.
당장 팜플렛에 불을 붙여 증거를 인멸하고 (불장난 했다고 혼났습니다) 현대라는 회사는 거짓말을 한다는 소문을 친구들에게 퍼트렸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현까
...하지만 그런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더군요.
결국 그렌저의 팜플렛과 아카디아의 신문광고를 접하며 200마력의 신세기도 있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 소년의 설계에는 한동안 '엘란트라 DOHC엔진' 이 동력원으로 사용되었다 전해집니다. (먼산)
덧글
ㅎㅎ <--- 여러분은 지금 광고 찌라시 예술의 한 전형을 보시고 계십니다.
여러의미로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