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디비전들 이야기라 GM 최대의 문제인 금융 파트는 생략합니다)
GM 이 부도를 앞두고 열심히 디비전들을 팔아치우려는 모양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녹록치 않다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시장에는 훨씬 경쟁력 있는 매물들이 많이 나와 있고, GM 의 디비전들은 경쟁력 측면에서 여타 매물들과 경쟁할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GM 의 기술 통합관리 정책과 글로벌 플랫폼 정책에 따른 디비전별 기본적 RnD 능력의 부재입니다.
현재 GM 은 모든 자회사의 권리특허를 이전받아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따라서 모든 디비전들은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데 따른 기술사용료를 GM 에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사실상 최근의 GM 을 먹여살리고 있는 (-_-) 오펠의 경우 워낙 권리 뺏긴 기술들이 많아서, 기술사용료를 지불하는 것만으로도 회사의 등골이 휠 지경이라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GM 산하에 들어간 대부분의 디비전/자회사들은 대부분 독자적이고 경쟁력 있는 핵심기술 개발능력을 거의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구입자 입장에선 골치아픈 문제입니다. 당장 개발이 완료된 차를 생산하는 것만으로도 지속적인 기술사용료 지불이 요구되기 때문에, 인수자는 해당 기술에 대한 사용권 협상을 벌여야 하며 (GM 은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후에는 타사 통합 등의 과정을 거쳐 RnD 능력을 밑바닥부터 끌어올려야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질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RnD 능력이 있는 디비전은 시보레나 오펠 등으로 제한되는데... 문제는 이쪽에서 실질적인 개발을 전담하다 보니 여타 업체에서는 설계품질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생산하라고 설계도 만들어 던져 줬더니, 제작중 생긴 에러를 전혀 잡질 못합니다. 누가 이런 업체를 사겠습니까. (...)
또다른 문제는 역시 글로벌 플랫폼입니다.
현재 GM 은 전세계에서 단일체급 단일플랫폼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B 세그먼트는 복스홀 코르사건, 대우 젠트라건 무조건 감마 플랫폼이고, 중형차는 무조건 입실론 플랫폼입니다.
그런데 각지의 시장특성을 생각하지 않고 플랫폼 단일화에 의한 비용 절감 및 수익성 확대에만 주력하다 보니 (어차피 RnD 능력이 나약한 자회사들은 지역 특화할 여력도 거의 없습니다) 모든 차가 거기서 거깁니다.
게다가 플랫폼 자체가 딱히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각 지역별 터줏대감들이나 특화차량들을 상대로 GM 의 글로벌 플랫폼 기반 차량들이 선전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러자면 가격 경쟁력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플랫폼 자체가 범용성에 주력해 설계되다 보니 솔직히 생산률이 좋으냐 하면 그것조차 아닙니다. 그러면서 플랫폼 하나 개발할때마다 수십억 달러씩 쏟아붓습니다.
왜했대요 이거 T-T
이 상황에서 노조 문제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적어도 북미에서 북부에 공장있는 업체는, 사실상 동일한 조건 하에서 여타 지역의 공장과 경쟁할 능력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입니다. 단순히 생산비용 문제가 아니라, 생산 속도 및 품질관리 자체가 전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의 경우 아마 공장이 째로 쓸려나가 봐야 정신을 차리지 않으려나 싶은 지경.
얼마 전 크라이슬러-캐나다 노조가 어느정도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곤 하지만, 이것을 선례로 GM 이나 GM 의 디비전을 인수한 업체가 무언가를 해내기는 요원하기만 합니다. (...)
여튼 이런 상황인지라, 각 디비전들의 미래에 대한 예측도 꽤나 우울한 편입니다.
1. GMC : 차를 만들고 있긴 하던가요? 아. 트럭.
상용차쪽으로 남기긴 할겁니다.
2. 캐딜락 : 그나마 효자 브랜드입니다. RnD 로 먹어치우는 비용은 그만큼 많지만요.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나름대로 현대적인 고급차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 GM 도 절대 캐딜락은 놓치지 않을 겁니다.
3. 시보레 : 놓칠수 없는 브랜드 2.
정말 망하게 되면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북미 시장에서 시보레는 GM 의 심장입니다.
특히 GM 의 사운이 걸린 하이브리드카 볼트의 개발 및 생산주체이기 때문에, 놓칠래야 놓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잡다하고 경쟁력 없는 현행 모델은 가지치기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4. 폰티액 : 망했습니다. 팔거라고는 하는데 살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5. 오펠 : 매물 가능성이 높고, 실제 경쟁력도 매우 강력합니다.
솔직히 GM 이라는 짐만 없다면 폭스바겐과 경쟁해야 할 업체입니다.
6. 복스홀 : 오펠을 약간 떼어내서 복스홀을 GM 산하에 남기고, 가치가 큰 오펠은 판매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가능성도 높습니다.
문제는 사실상 오펠 자회사 수준인 복스홀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시키는가 하는 점.
7. 사브 : GM 이 인수해서 다 버려놨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는 있지만 정작 업체 특유의 개성은 글로벌 플랫폼이 다 죽여놨고, 향후 핵심기술 개발의 여지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8. 뷰익 : 현금이 급하다면 중국에 팔테고, 약간 여유가 있다면 끌고 갈겁니다. 중국에서는 캐딜락처럼 취급받는 브랜드라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내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체개발능력이 0 라서 문제지.
9. GM 대우 : 명실상부한 GM 의 캐쉬카우. 감마, 감마 2, 델타, 입실론 2, 세타 등등, 적어도 기억나는 것만 5종 이상의 글로벌 플랫폼을 다루고 있으며, 여러 자회사의 딱지를 붙여 전세계로 차를 수출합니다.
앞으로 4년 정도는 원화 환율이 급등할 리 없어서 (...) 가격 경쟁력도 좋습니다.
문제는 워딩도 팔아치운 마당에 충분한 독자개발능력을 지니고 있는가, 그리고 글로벌 플랫폼 및 기술사용료의 부담. 그리고 GM 본사와 얽힌 막대한 부채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GM 이 안고 가다 토사구팽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10. 새턴 : 축 사망.
11. 홀덴 : 오스트레일리아의 RnD 센터.
미국과 비슷한 경향이 있는데다 비교적 불황을 덜 타는 동네라 어떻게든 살려나갈 겁니다.
안되면 팔겠지만... 솔직히 제타 플랫폼 가지고 놀기밖에 할줄 모르는 업체에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12. 스바루 & 스즈키 : 지분매각 - 결렬. 좀 됐나요?
덧글
아, 사브는 볼보처럼 중국에 팔려갈 수 있다네요.
한가지 더 말씀 드리자면 폰티액도 사망 확정. 2010년부터 생산중지 한답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
애휴.. 맹바기가 삽질 안했으면 샤브사의 그리핀 기술을 흡수하여 KFX 개발하면 딱인데.
10. 새턴 : 축 사망.
한국 델파이도 요즘 엄청나게 안좋다고 하던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