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지콘 (Trijicon) 이라는 조준기 전문 회사가 있습니다.
조준기 회사 하면 그리 커 보이진 않지만, 사실 납품 계약이 채결된 조준기만 80만개 이상. 수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중인 건실한 (?) 중견 기업입니다.
그런데 이 트리지콘의 주력 상품 7종에 정말 심각한 문제가 터졌습니다.
품질이나 성능 상의 하자, 납품 단가 비리 같은 게 아니라, 조준경 안에 새겨진 라는 글귀가 원인입니다.
일례로 소총용 조준경인 ACOG(Advanced Combat Optical Gunsight) 에는 ACOG4X32JN8:12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ACOG 는 제품명. 4x32는 사이즈. JN 8:12는?
넵. 요한복음 8장 12절.
가장 큰 문제는 이 제품이 지금 중동 지역에서 절찬리에 사용 중이란 겁니다.
아무 생각 없이 구입했던 미국군은 화들짝 놀랐습니다. 어떻게든 군사작전중 종교적인 자극만은 피하려고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숨겼는데, 이제 저 망할 조준경 때문에 그 노력이 죄다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으니까요.
소문을 들은 일선 병사들이 두려움에 떨거나 아예 사제 조준기로 교체하는 경우가 급증했고 (...) 펜타건에서는 "저 애국자를 가장한 머저리들이 조준경에 새겨둔 부비트랩을 당장 발본색원하라" 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결국 검사결과 ACOG 외에도 트리지콘이 납입한 모든 조준경에서 부비트랩 (...)이 발견되었습니다.
리플렉스 2에는 REFLEX1X242COR4:6, RMR 에는 RM01 2PE1:19, TA11F 에는 ACOG3.5X35MT5:16, Accu point 에는 Xnn REV21:23, MCOG에는 MS07 1Th5:5, RX-30 에는 TX42 IS60:1 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는데, 당연히 후반 알파벳 + 넘버링은 죄다 성경 구절.
현재 미국 Landdog 들은 부랴부랴 조준기에 양각된 문구를 현지에서 그라인더로 갈아내거나 (-_-) 문구가 새겨지지 않은 새 부품으로 교체하고 있으며, 앞으로 납품받게 될 트리지콘의 조준경은 전부 이상한데 뭐 새겨두지 않았는지 (...) 철저히 검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당연한 결과지만) 원인을 제공한 트리지콘 쪽에선 관련 비용 전액을 부담하게 됩니다.
오늘의 교훈 : 포교는 때와 장소를 가려서.
덧글
그럼 십자군이 좆망했던것처럼 미군도 좆망하는건가요;;
까딱 잘 못했으면... 농담이 아니라 우리를 침략하러온 이교도놈들이.. 왜 저런다죠 -_-;
물론 해석하자면야 기독교적이니까->offensive하다 고 할수야 있겠지요. 다만 문구 자체가 끗내주게 문제가 될만한 내용들은 아님. 이외에 고린도 후서 등등의 구절들도 다 매한가집니다.
미국은 교국이 아닙니다. 뭐 그렇겠죠. 그러나 새뮤얼 헌팅턴이 지적했듯 그게 '기독교적 사회'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군차원에서의 교육으로 인해 병원 개인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지만, 저는 역으로 저 문구를 트리지콘측에서의 빠른 조처로 '지우겠다'고 하고 나서 '나는 독실한 크리스쳔이므로 지우지 않겠다'고 우기는 사람이 나올까봐 더 걱정스럽네요.
종교는 이성과는 관계가 없으니까요.
사실 미국과 중동의 입장이 아니라 점령군과 피점령민의 입장만 되어도 충분히 평시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극렬한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것이고, 그게 또 하필 중동이라면 이는 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미군은 전쟁 아니었어도 뭔가 차별적인 것과 관련이 있는 이슈를 모조리 회피하는데 전문적인 집단입니다. 전쟁 없었어도 저건 갈아엎었을 겁니다.
문제는 저항단체를 상대로 한 치안유지에서 "이쪽의 의도" 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선의로 휘두른 낫이라고 잡초만 배는 건 아니니까요.
펜타건이 트리지콘의 행동을 2001년 개종명령 (군내관련사안) 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본 것도 그 때문입니다. MRFF 쪽에서도 "실질적 위협" 으로 해석했고요.
개념없는 병사들이 정신나간 짓 하는 것도 전쟁이 장기화 되다 보니 많이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ex:전차에 해골 무늬를 단다던지) 자기 취향이나 자유 어쩌고 하는 게 그룹 전체의 생존에 직결되는 상황이다 보니.
괜히 꼬투리라도 잡히면 우호적인 사람들이나 반반인 사람들까지도 죄다 적으로 몰릴 위험성이 크지요
한국 사람이 사우디 한가운데에서 십자가 들고 회계하라 하고 돌아댕기면 한국 전체가 욕 먹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요
저도 양키센스같아 보이긴 합니다만 십자군 같은 이미지로 보일수도 있는 만큼 미군이 혼비백산 하는건 당연한 듯 합니다.
당장 그거에 목숨이 오락가락하게 된 아저씨들은 좋게 봐줄 수가 없었겠지요.
근데 상황이 상황이라;;;;
그나저나 정말 초난감한 업체로군요. 와하하...
상황이 상황이고 지역이 지역인지라 그렇겠죠.
메이저 언론으로는 ABC뉴스가 첫 보도인 것 같은데, 거기 기사를 보면 진보성향의 예비역 단체에서 문제를 삼았던 모양이더군요. 그나저나 저거 미군만 쓰는 게 아니라 미군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군과 경찰에도 들어가는데... (먼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