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한주간 있었던 일 요약.
일단 런던 아프간 회의에서 결정적 반전을 기대했던 오바마와 맥크리스탈의 노력은 거의 무력화 된 것 같습니다.
런던 회의에서 미국 측이 기대했던 것은 역시 남부지역의 강경 탈레반을 일소할 대규모 병력의 동원입니다.
미국은 7만명을 파병중이고 다시 3만명 추가 파병을 결정했지만, 사실 남부에서 유효한 진압 능력을 기대하려면 적어도 2만명 내외의 추가적 동원이 절실합니다. (그런 면에서 안전한 곳에 경비병력 파견하겠다고 드립치는 모 국가의 행동은 사실 미국 눈밖에 나는 지름길)
하지만 상황이 미국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추가 파병 지지가 안 나온 건 아닌데 (독일이 더 보내주기로 했음) 대 아프간 정책의 비중이 갑자기 워프해 버린 겁니다.
워프의 주체는 재선을 확정시킨 카르자이 대통령. 카르자이는 지난 주 월요일, 터키/파키스탄과의 회동에서 "협상에 따라 알카에다와 관계를 단절하는 탈레반 집단은 공격 대상에서 제외한다" 는 기본방침을 제안했습니다.
여기에 응할 경우 해당 집단은 UN 블랙리스트 및 공격대상에서 삭제하고 실질적 보상을 제공한다는 것. 현재 블랙리스트에는 아프간 내외를 통틀어 142개의 탈레반 관련단체, 500명의 주요 인물들이 올라 있는 상태이며, 국제적인 추적 및 체포 지시가 내려져 있습니다.
이 제안은 런던 회의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일단 자국의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회의 참가국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비친 것이 분명합니다 (...)
일단 런던 회의에서는 카르자이 대통령의 제안을 공식 지지하고 탈레반 집단/구성원에게 군/경 보직을 맡기거나 농업/산업 종사기회를 주는 일련의 보상계획에 5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이 계획 대로라면 2015년까지 치안 조직 확대를 통해 아프간 전역의 치안을 아프간군경이 독자 담당하게 되고, 다국적군은 5년 가량 더 주둔하다 단계적으로 철수합니다.
남은 문제는 역시 미국과 탈레반이라는 두 중심세력의 반응입니다.
일단 미국의 반응은 애매합니다만, 팩토리와 배럭을 돌리며 최후의 일전(-_-)을 준비하던 맥크리스탈 장군 쪽에선 "그것은 올바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수단이다" 라며 새로운 제안을 지지했습니다. 사실 군부 입장에선 위험천만한 건곤일척의 승부 따위 피하는 게 정상이긴 합니다.

반대로 탈레반은 공식 웹사이트로 "탈레반 전사는 금전에 혹하지 않는다!" 고 발표했습니다만, 시범적으로 무하마드 오마르가 블랙 리스트에서 해제된 데 대해선 은근히 반기는 눈치입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에서 아프간 관련 포스팅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생계형 테러리스트, 파트타임 워리어들의 존재 역시 결코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 거기도 사람 사는 동네이긴 매 한가지인지라.
여튼 파키스탄이 춘계 공세를 준비하고 하키물라 메수드 사망이 거의 확정적인 시점에서, 카르자이의 제안은 성패와 관계 없이 꽤나 결정적인 스텐스 변화를 끌고 올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앞으로 반 년 정도가 분기점이 될 거라는 부분만은 아프간에 얽혀 있는 모든 당사자들이 동의하는 분위기인데...과연 어떻게 풀릴까요.
덧글
미국은 너무 힘만 믿은 경향이 있어요. 너희의 진정한 힘은 돈이야!...
Show them the money!!!
소리가 나올듯 하네요.....ㄷㄷ
이글루스에서 뵈니 반갑네요 ㅋㅋ 링크하나 집어가도 될까요?
...그러고 보니, 2차대전 당시 미군들이 한 잡담이 생각나네요.
"포탄 만들어 쏠 돈으로 그냥 독일애들 매수해서 전쟁 그만두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