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쉰 떡밥 : 아반떼 vs 포르테 (디자인 특설 링) 탈것뭉치


*댓글 파생형 날로먹기 포스팅입니다.

-일단 디자인은 개인취향이라지만, 결국 같은 사회에서 같은 시각으로 생활하는 눈 두개 달린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니, 수치화나 공식화까지는 몰라도 디자인에서 어느 정도 객관적인 (이라긴 좀 애매합니다만) 비교가 가능한 대목들이 있습니다.
일단 그런 쪽 이야기를 노리고 쓰긴 했는데, 보는 분에 따라 좀 이야기가 갈리겠네요.

아반떼 HD 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있는 편이지만, 일단 저 디자인을 혹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는 문제점은 소위 "전족" 이라 불리는 작은 휠하우스와 휠/타이어 사이즈입니다.
사실 16인치에 플랜지리스 들어가는 거 생각하면 C세그 치고 작은 신발은 아닙니다만, 높아진 차체에 맞춰 보닛과 윈도우 라인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 보니 휠 쪽이 디자인적인 균형을 깨트릴 정도로 작아 보인다는 겁니다. 이건 특히 사람이 멈춰있는 차를 관찰할 때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정측면이나 측후면에서 좀 더 두드러집니다.
신발 작을수록 차가 답답해 보인다는 시각적 문제를 생각하면 이건 가볍게 두고 볼 문제가 아니죠.
실제로 사이드 뷰를 보면 이해하기 쉽죠.  결국 비례를 깨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보닛부터 시작되는 높은 루프라인입니다.
그런데 땅콩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저 사이드 라인은 이런 시각적 문제점을 극복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외려 C필러-트렁크의 패스트백 스타일에 대한 시선 집중마저 죽여버리고 있습니다. 전작인 아반떼 XD 의 사이드라인이 트렁크 리드의 각을 살려줬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전반적인 디자인 양식 면에서는 동세데의 신형 산타페와 유사하지만, 아반떼가 산타페에 비해 낡고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는 이유중 하나가 이런 시각적 어색함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시각적 단점 (작아보이는 휠, 높아보이는 차체 등등) 이 별다른 대책 없이 그대로 공개되버린거죠.

반대로 포르테의 경우 시빅 표절 논란은 있었지만 비교적 신발크기 논쟁에선 자유로웠습니다.
그런데 (재원을 보셨거나 자세히 관찰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실질적으로 포르테 역시 전족입니다. 플랫폼 공유라 보닛이나 루프라인 측면에서도 별 차이 없습니다.

측면사진을 자세히 비교하면 확실히 아반떼와 같은 핏줄을 공유한다는 걸 알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반떼의 문제점인 정측면과 측후면에서의 부조화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거의 눈에 띄질 않습니다.
이건 포르테 쪽이 처음부터 시각적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각적 장치들을 안배했기 때문입니다.
(그림판 버전이니 조잡한 건 봐주시고...)
일단 포르테의 정상적인 루프라인은 붉은색과 같은 높이고...이걸 측면 라인에 그대로 반영하면 아반떼처럼 보닛이 높아 보일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포르테에서는 후드 라인을 그대로 A필러까지 올리면서 라인을 기점으로 고저차를 줘 버렸습니다.
그리고 헤드램프에서 이어지는 파랗게 강조된 선과 루프라인의 고저차를 이용해 보닛 측면의 사이드라인을 마치 직선형 팬더처럼 처리해 버렸습니다. 이 경우 팬더의 높이는 실제 후드 라인보다 수cm 가량 낮아지고, 사람의 시각은 당장 그곳에 수평면이 존재하니 그곳을 상부로 인식해 버립니다.
후드의 높이에 비해서는 작아보이는 휠하우스가 팬더라는 새로운 (그리고 훨씬 낮은) 비교대상을 가지게 되었으니 상대적으로 커 보이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아반떼와 같은 사이즈로도 작아보이지 않는다는 부수 효과를 얻은 거죠.
그리고 팬더의 라인을 이대로 죽여버리면 프론트 도어부터 어색함이 생기니, 도어 라인에 회색 라인을 넣어서 브레이크등까지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디자인적 연속성 확보. 동시에 후륜 윗쪽에 라인을 추가해 (효과는 미미하지만) 프론트 팬더 기믹처럼 후륜의 윗 공간을 좁아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이 갑자기 등장하면 생뚱맞으니 앞창문을 보라색 라인처럼 내려서 C필러 앞까지 연장시키고 (C필러에 도달한 보라색 라인은 다시 트렁크 리드를 따라 회색과 리어램프 배치에 필요한 간극을 만들어 줍니다)  보라색 라인과 회색 라인을 쐐기꼴 음영으로 조합. 이러면 "높은 도어라인의 일부를 윈도우 면적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도 기대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주요 디테일-윈도우나 램프류-에 확장선을 넣어서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는 기법은 요즘 기아차에 자주 쓰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유심히 살펴보세요)

그리고 별 의미 없어 보이지만 노란색으로 강조된 사다리꼴 형상이 차체 하부에 "어두운 음영" 을 주어서 (탁색은 무거워 보이죠?) 높은 차에 필요한 하체의 시각적 안정감을 주는 것과 동시에 윈도우 라인과의 거리를 잠식, 녹색 선으로 표기된 "사람의 눈에 먼저 인식되는 도어의 높이" 를 줄여줍니다.
이게 보라색 라인과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창은 넓고 도어는 높지 않은 "인상" 을 만드는 거죠.
사실 자세히 보면 바로바로 간파될 시각적 트릭입니다만, 보통 구매자들은 첫인상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처음 한 번만 제대로 효과를 볼수 있다면 영속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아, 그리고 존재하진 않는 라인입니다만 도어 패널이 일정한 곡률을 형성하면서 검은색 선 즈음에 음영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시각적으로 복잡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조명과 각도에 따라서 추가적인 선 역할을 해 줍니다.
이 선은 브레이크등 언더라인까지 슬쩍 이어지면서 도어가 다시 좁아지는 부분에 리어 팬더가 위치한것처럼 보이게 만들죠.

즉 포르테는 제한된 숫자의 직선을 굉장히 기능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디자인인데도 시각적인 문제점이 그리 눈에 띄지 않게 된거죠.
아반떼의 측면 디자인도 자세히 보면 포르테와 동일한 효과를 목표로 하는 선과 음영이 몇 가닥 보입니다만, 처음 볼 때 제대로 눈에 띄질 않으니 에러.
포르테에서도 디자인적으로 씹을 요소가 없는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태생적 단점의 시각적 극복이라는 측면에서는 국산차의 교과서가 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ps: 상기 잡설을 제대로 읽고 아반떼 MD의 측면 디자인을 보신 분들은 꽤 재미있는 요소들을 발견하실 듯.


덧글

  • 배길수 2010/05/01 18:50 #

    주걱턱이 슬픈 짐승, 그 이름...
  • Luthien 2010/05/02 17:25 #

    아반ㄸ...
  • 계란소년 2010/05/01 18:51 #

    보조개가 매력적인 얼굴...
  • Luthien 2010/05/02 17:25 #

    왠지 군살 같은 느낌이 더...
  • xwings 2010/05/02 01:20 #

    아반떼 HD가 왜저래 휠 / 휠하우스기 작아보이나 했더니 그런 이유였군요.
    같은 이유로 베르나도 휠이 엄청 작아보였습니다. 쩝...

    암튼 둘다 답답한 디자인입니다. 제네시스쿠페는 시원시원하던데...

  • Luthien 2010/05/02 17:25 #

    젠쿱이야 원래 크니까요...(...)
  • 빅케이크 2010/05/06 13:03 # 삭제

    포르테오너입니다..
    포르테디자인에 대한 제 생각은
    프런트쪽으로 몰려드는 선들이 너무 많다 입니다....
    그림판에서 그린 그럼처럼 정측면에서 보면,
    프런트가 꼭지점이 되고 리어로 부채꼴처럼 펼쳐지는 선들이 보입니다.
    이 선들덕분에 앞쪽이 낮아보임과 동시에 가상의 선들이 마구 몰려있습니다..

    개선한다면,
    1. 바디의 케릭터 라인과 윈도우 아랫쪽 라인은 평행하게해서 라인을 줄인다.
    2. 앞범퍼의 헤드라이트 바로 밑에 엣지라인은 생략해서 범퍼와 헤드라이트의 일체된 덩어리감을 준다(쿱의 컨셉카나 하이브리드 양산형 형태)
    3. 헤이라이트와 그릴의 윗쪽라인과 아랫쪽 라인을 평형하게해서(쿱의 컨셉카) 역시 뒤쪽으로 분산되는 라인을 줄인다. 더불어 그릴 아랫쪽 라인의 정 중앙에 꺽어짐은 당연히 생략한다(쿱 컨셉카)
    정도 입니다...

    해서 쿱에서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 헤드라이트와 그릴입니다..
    컨셉카는 라이트와 범퍼가 한 덩어리처럼 느껴지는데
    그렇지 못하고 세단과 동일하게 헤드라이트와 범퍼가 딱 구분이 가서,
    턱살이 굉장히 많아서 늘어진것 처럼 보여집니다...
    이럴바엔 하이브리드 양산 형태가 더 좋지 않나.....하는 생각이에요....

    선과 면으로 뜯어서 보시는데 속 시원한 시선이라 바로 느꼈습니다...
    비로소 의견을 나눌 분을 만났다는 생각에서요...
    앞으로 포스팅 관심있게 보겠습니다.~~
  • 빅케이크 2010/05/06 13:08 # 삭제

    MD의 느낌은
    헤드와 테일램프의 꼬리가 물결처럼 휘어지는부분이 부담스러울수도 있다..입니다.
    굉장히 파격적이고 좋은 시도 인것같은데...
    이 라인이 그냥 점잖았어도 충분히 스타일이 괜찮았을텐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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