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패권이전 13세기 세계체제" 보다가 메모 겸사.
질서가 회복되었고 흑사병의 주요한 영향이 약화되기 시작했던 15세기 초에 중국은 다시 세력 팽창을 시도했다.
몽골인들이 육상로를 지배한 이래로 명나라는 유일하게 개방된 통로, 즉 해양으로 복귀했다. 당시에 중국인들은 새로운 선박에 대규모 투자를 함으로써 해군력을 다시 증강시키려고 했다. 이와 같이 강화된 해군력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유일하거나 심지어 우선적인 목적이 교역이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른 두 가지 목적이 추구되었는데, 하나는 상징적인 것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군사적인 것이었다. 둘 다 세계 속에서 중국의 세력 증대를 지향한 것이었다.
선박들은 중국의 상징적 힘을 고양시키기 위해서 이 시기에 한정적으로 이용되었다. 일부 궁정의 후원을 받던 사람들 가운데에는 좀더 교역이 확대되기를 희망하던 자들이 있었으나, 정허 제독이 지휘한 "보선"의 항해는 상업적 목적을 위해서 구상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15세기 초기 30년 동안 인도양을 줄지어 행진했던 인상적인 세력의 과시는 "야만적인 국가들"에게 중국이 여러 민족들 가운데 정당한 지위를 되찾아 다시 세계 속의 "중화제국"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의도되었다. 이 목적을 확립하기 위해서 중국의 선단은 신하로서의 예를 갖추기를 기다리다가 귀국했다.
그러나 그 결과 해군의 두 번째 목적, 즉 군사 정복의 목적이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1407년에 명은 강력한 해군력을 동원하여 안남을 침략한 후 정복했다. 하지만 1420년 그곳에서 중국의 함대는 격퇴되었으며, 이는 "1428년에 통킹의 소개로 끝난 일련의 후퇴의 시작"을 알렸다. 중국인들은 결정적인 승리를 위해서 해군력을 강화하거나 철수하는 것 중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본국의 경제적 위기는 두 번째 대안을 선택하도록 압박했다.
15세기 중엽 명나라는 중대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세입은 줄어들었으며, 통화는 불안정했다. 강력한 선단을 유지할 자금이 없었다. 해적은 중국 선박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으며, 조공 교역은 점점 소수의 국가들만이 참여하면서 위축되었다. 뤄룽방은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해군력 쇠퇴의 징후들은 명백했다. 대외 정책과 전략적 전망에서 공세로부터 수세로, 전진으로부터 후퇴로 바뀌었다. 명대 초기의 팽창적 성격은 "보물선단"의 항해와 안남에서의 의기양양했던 군사행동에서 현저하게 드러났다. ..... 하지만 그 후로 전략적 정책이 변경되었다. 푸젠의 전진 기지는 철수했고 ..... 심가문 기지는 1452년에 철수했다. ..... 더 이상 해상순찰을 수행하지 않던 군함들은 방치된 상태로 쇠락하던 항구들에 정박되어 있었다."
15세기 후반에 명나라 해군이 보유하고 있던 선박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체되었으며, 새로운 선박들은 건조되지 않았다. 따라서 뤄룽방은 명나라 해군이 인도양으로부터 "불가사의하게" 철수했던 원인을 명백히 15세기 중반 중국의 경제적 붕괴 탓으로 돌린다.
결론 1. 역시 해군은 돈 먹는 하마
결론 2.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예산
결론 3. 저러니 1500년대 말에 보내준 배가 손바닥만하지.
덧글
- 오히려 조선이 조금 특이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뭐.. 여말의 왜구한테 시달린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2. 해군의 역할을 경제적인 것과 연결해서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수운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국가의 조세가 대부분 수운으로 이동하는데, 수운 경로에 서`남해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잘 알려져 있듯 서`남해는 여말선초에 왜구들이 자주 출몰하던 지역이니, 조운선이 서`남해를 지날 때 수군의 호위나 순찰이 필요했겠지요.
아무튼 해군이 돈 먹는 하마라는 것과 필요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다는 명제에 동의합니다.
- 그런데 조운의 유지때문에 수군을 유지했다고 보기엔 난맥상이 있는 것이, 조선시대 하삼도 중 가장 강력한 수군을 유지했던 곳은 경상수영이지 않습니까? 경상도의 세입은 해운로가 아닌 육로로 대부분 운송되었는 데 말이죠. 게다가 해운로를 주로 이용했던 전라의 세곡들은 영광의 법성창으로 모아 운송하였는 데, 수군의 존재의의를 수운의 유지로 한정하는 것보다 왜구들을 방위하는 데 있어서 수군을 운용하는 것이 해안을 청야하고 육군을 내륙에 주둔시키는 것보다 단지 "싸게" 먹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그게 더 합리적일 듯 하네요.
양키 군발이들이 월남 역사를 조금만 알았어도 월남에 개입하지 않았을 텐데요. 물론 영국과 소련이 아프간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뻔히 알면서도 들어가는 붕어머리들이긴 합니다만.
해양세력인 영국은 확장된 해군이 시장을 확대하고 이윤을 창출하여(혹은 이윤창출에 기여하여) 다시 확대되는 예산을 확보하는 선순환을 하는 반면, 대륙세력인 중국은 자기완결적이니 밖으로 나가봤자 할 일이 별로 없고, 거기에 곁다리로 대륙세력이 된(해양세력이 '못' 된) 조선도 국력을 기울여 왜구 방지용 연안해군을 만들었지만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를 막는 용도밖에 못 됐으니까요.
2차대전 패러디로 세계 3대 해양세력인 미국 영국 일본이 편먹고 양대 대륙세력인 독일 소련 이탈리아 프랑스 등등과 전쟁하는 물건이 있긴 있습니다. 무섭더군요--;;
해양을 빼면 먹고살 길이 없었던 영국에서 해군을 키우는건 당연한거고 따라서 해군-시장-이윤-해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확립하는데 노력한 것이고, 중국은 자체적으로 충족 가능한 경제를 갖췄기 때문에 굳이 무리한 투자가 필요한 해군 양성의 길을 택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