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 알파로메오 4C 컨셉트 탈것뭉치

검은 옷 걸치신 분들의 표정이 심상찮다.
알파를 가리지 말고 비켜달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그럴 수 밖에.


알파로메오와 그 아들 4C 를 찬양하라.
강력한 알파로메오 8C 가 까만 말이나 노란 황소와 가격표에 달린 0의 숫자를 겨루기 위해 탄생한 신화적 존재였다면, 2011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한 이 컨셉카는 어릴 적 우리 방과 놀이터를 지배하던 장난감들의 위대한 확장판에 가깝다.
코 묻은 돈을 끈기있게 저금하거나 부모님의 통장이 두둑해 졌을때 졸라댄다면 구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까지 말이다.
물론 4C는 아직 컨셉카에 지나지 않으며, 당연히 딜러에 구비된 팜플랫도 없다.
하지만 알파는 모터쇼에서 4C 가 머지 않은 미래에 양산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닛을 열어 이미 팔려나가고 있는 부품뭉치들을 보여 줬다. 기술적 관점에서 양산에 걸림돌이 될 만한 부분은 컨셉카 답게 멋을 부린 디자인이나 일부 소재기술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현찰을 챙겨들고 사전계약서에 연대서명을 해준다면 좀 더 살이 찌고 약간 평범해 보이는 (하지만 여전히 멋질) 양산형 4C를 내일 모래 쯤이면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작은 트렁크에 트윈 머플러, 페라리를 능가하는 테일램프. 번호판 디자인을 따라할 방법만 있다면 완벽하다.

출시가 분명하다면 남은 것은 알파의 뱃지에 어울릴 퍼포먼스. 그리고...에...음...따, 딱히 신경 쓰이는 부분은 아니지만 가격대. 정도일 것이다.  성급한 독자들은 8C 가 25만 달러를 넘겼으니 4C도 10만 달러 정도는 하지 않겠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알파로메오는 공식적으로 말을 아꼈지만, 뒤에서는 북미시장 공식 출시를 가정한다면 풀옵션가 6만 달러 이하가 될 거라고 주장했다. 유럽 본토라면 4만 유로 정도가 될 것이다.
2만 달러에 출시되는 FT-86 을 떠올린 사람들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파의 4C는 임프레자의 변형 보다는 작은 페라리에 가까운 차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5년간 단 2만 5천대가 생산된다.

뼈다귀밖에 보이지 않는 KTM X-bow가 우아한 4C의 베이스라니, 맙소사.

기술적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카본-알루미늄 섀시다.
알파로메오 4C 는 길이가 4m 가, 휠 베이스는 2.5m 가 채 되지 않는다. 란치아 스트라토스의 전설적인 2180mm 에는 미치지 않지만 양산차로서는 파격적인 구성이다.
그리고 이 작은 차체는 카본 모노코크 섀시에 알루미늄 합금 서브프레임과 외장으로 구성된다. 나열된 단어들만으로 따지면 페라리와 멕라랜이 부럽지 않다.
이런 기술들을 4만 유로대에 우겨 넣는 것은 개발미만 따져도 명백히 무리, 따라서 알파로메오는 KTM 과 손을 잡고 네이키드 스포츠 카인 X-Bow 의 섀시를 빌려왔다.
중량이 721kg 에 불과한 X-Bow 의 섀시는 포뮬러 섀시를 개발-공급하는 달라라의 작품. 서스펜션 역시 포뮬러카 냄새가 한껏 풍기는 푸시로드형 더블위시본이다. 
알파로메오 디자인 센터는 이 설계를 받아다 실내공간을 한껏 키우고 단단한 하드탑과 쓸만한 공간을 덧붙여 850kg 이하의 차체를 뽑아냈다.
X-Bow 에 비해서는 130kg 가까이 무겁지만 여전히 가볍고 실내공간은 더 넓으며 강성은 더 올라갈 거라고 한다, 비나 앞 차의 매연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좀 더 볼만 한 인테리어나 편의장치가 덤으로 따라 붙는다.
X-Bow 의 가격 역시 4만 유로 선임을 고려하면 4C는 덜 하드코어하지만 훨씬 실용적인 (그리고 사시사철 폼을 잡을 수 있는) 선택임이 분명하다.

미드십에 자리한 보석같은 엔진 커버. 하지만 양산형 엔진이다, 속지말자 화장발.

KTM 의 섀시를 그대로 가져온 만큼 굴림 방식도 미드십을 사용한다.
엔진은 1742cc 의 직렬 4기통 직분사 트윈스파크 듀얼 VVT 트윈스크롤 터보 (헉헉헉...) 인 1750 TBi, 제네바 첫날 알파로메오는 이 엔진에 피아트 그룹의 양산 기술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2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보장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알파로메오의 팬들을 흥분시킬 만한 요소는 아니다. 235hp, 34.7kg 급의 이 엔진은 이미 줄리에타 QV 에 올라갔던 바로 그 엔진이다.  트랜스미션도 알파의 자랑인 TCT 듀얼클러치를 사용한다...지만, 이 역시 줄리에타에 올라갔던 것은 마찬가지.
즉 4C의 구동계에 흥미가 있다면 당장 통장에서 4만 달러쯤 뽑아 매장으로 달려가면 된다.
구동계가 실망스럽다면 섀시의 중량을 떠올려 보자.  실제로 같은 엔진을 장착한 줄리에타 QV 가 0-100km 가속을 7.01초에 끝내는 동안 4C는 같은 일을 4~5초 내에 해낸다.  최고속도 역시 30km 가까이 빠른 240km 이상. 이전세대 엔트리 슈퍼카에 필적하는 실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이 컴팩트한 수평 조합 덕에 원형인 KTM보다 무게중심은 좀 올라갔지만, 2.5m 도 채우지 못하는 짧은 휠베이스에
꽤나 널찍한 레그룸과 두 개의 좌석을 양립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서도 앞뒤로 작은 트렁크를 마련하는 배려도 빼먹지 않았다.

작고 아름다웠던 (하지만 내면은 하드코어한) 디노를 연상시키는 4C는 2012년에 발매될 예정이다.
 제네바를 다녀간 성급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새로운 적금 통장을 마련하거나 부업을 알아보며 예약 대기 명단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릴 날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 한정판 장난감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어른이들은 실탄 장만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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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계란소년 2011/03/02 16:42 #

    미,미드십! 근데 X-Bow도 이 클래스에선 헤비급이라고 열라 까였는데 거기 껍데기 쒸워서 무거워진 정도로도 어지간한 슈퍼카는 명함도 못 내밀 급이군요.
  • antique 2011/03/02 20:40 #

    뒷모습은 진짜 홀딱 반해버리겠네요.
  • 아방가르드 2011/03/02 20:43 #

    X-Bow라니! 무서운 사람들..
  • Eraser 2011/03/02 22:46 #

    트윈스파크? 쌍플러그 부활이라..
  • kimy 2011/03/03 05:04 # 삭제

    알파가 엔진 화장시키는건 어느정도 전통임. 예전에 가지고 있던 164 6기도 본넷 열어보면 배기관에 크롬도금된게 반짝반짝한게 수공예품처럼 보이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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