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비아 : BMW 엠블럼을 프로펠러에서 따왔다는 착각 탈것뭉치


보편적인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는 분이 적어서 포스팅.
심지어 BMW 딜러조차도 착각하고 있더라고요. (...)

BMW 의 엠블럼을 회전하는 프로펠러에서 따왔다는 속설은 얼핏 보면 매우 그럴듯하게 들리긴 합니다.

즉 그림과 같이 4분할된 원에서 흰 색은 회전중이라 부채꼴로 보이는 프로펠러고 파란색은 하늘이라는 해설.
실제로 이런 프로펠러설은 BMW 의 마케팅 자료로 쓰인 적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그리고 꽤나 오래 된) 사례가 1942년 BMW 의 마케팅 주임인 빌헬름 파렌코프의 언급입니다.
대충 번역하자면 이런 내용.

(상략)...320마력의 BMW 엔진, BMW가 만든 최초의 항공기용 엔진, 그 엔진이 최대출력을 내기 시작했다.
그 때 프로펠러의 은반과 엔진이 그리는 음영이 엔지니어들의 눈길을 끌었다.
2개의 은색 4반원이 후광처럼 반사하는 빛, 4반원의 배경에 빛나는 파란 하늘. 그 조합이 엔지니어의 눈에는 프로펠러를 은색과 파란색으로 4분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는 이 이미지에서 엔진의 성공적 미래를 보았다. 동시에 힘차게 회전중인 프로펠러는 그에게 BMW 마크처럼 보이기도 했다.
상상력을 자극받은 그는 곧 자신의 이미지를 스케치로 남겼다.
그것이 BMW 로고가 탄생한 순간이었다...(하략)

그런데 이 속설은 매우 중요한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BMW의 항공기용 엔진인 BMW IIIa 엔진이 최초로 테스트를 받은 시점은 1918년 3월, 그나마도 출력은 320마력이 아닌 185마력이었습니다. (320마력의 빠와를 발휘하는 BMW Va 엔진이 테스트를 받은 것은 1926년)
게다가 BMW의 창설은 1917년 7월, 백청 4분할의 BMW 로고가 상표로 등록된 것은 1917년 9월...
즉BMW가 개발한 어떤 항공기용 엔진도 엠블럼이 등록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일부 반론은 프로펠러 기원설이 1929년부터 언급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그래 봐야 1917년 등록을 뒤집을 증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즉 이 시점에서 1942년 빌헬름 파렌코프의 언급은 증거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합니다. 잘 해봐야 10년도 전에 시작된 말장난을 파렌코프가 별 생각 없이 믿었다는 것 정도가 긍정적인 결론의 한계.
사내에서도 유래를 착각하고 그걸 공식지에까지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것도 주임이!) 사외에서도 착각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도 꽤나 멋들어진 기원이라면 더더욱.

실제로 BMW에서 추정하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시인하지는 않는) 유래는 Bayerische Motoren Werke GmbH 라는 이름에서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BMW 의 맨 앞자리에 오는 B 가 무엇의 약자인지 생각해 봅시다. 사 소재지인 바이에른입니다.

그리고 바이에른의 주기는 이거. (...)



로컬 팀인 바이에른 뮌헨의 엠블럼도 이거. (...)
진짜 가능성이 높은게, BMW의 직접적 전신인 Rapp Motorenwerke (흑마자동차 -_-) 의 로고는 그냥 검은 말입니다.
...즉, 저 덕국 아저씨들은 프로펠러를 보고 영감을 얻은 게 아니라, 바이에른 달구지 업체니까 바이에른 주기 대충 따서 원 안에 집어넣고 RAPP 대신 BMW 붙여서 엠블럼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당시 덕국 특허청은 "로고가 회사와 명확한 연관성을 가질 경우에만 상표권 승인" 이라는 기본 방침을 지키고 있었으니 의심은 확신에 가깝게 굳어집니다.
덕국은 다른 데를 가도 마찬가지인게, 아우디 어디서는 4사 합작이니 굴렁쇠 네개 붙여놓고, 벤츠 어디서는 별 그리기 귀찮아서 대충 그린거 써먹고, 폭스바겐 어디서는 국민차니까 VW 합쳐서 원안에 던져놓고, 포르쉐 어디서는 그냥 사는 동네 거 표절하고...

결론 1. 덕국에서는 엠블럼 따위 고민할 시간에 외계인을 고문합니다.
결론 2. 있어보인다고 감탄하지 맙시다. 그릴 땐 정말 별 생각없이 그린 거...(...)


덧글

  • 애쉬 2012/01/02 06:24 #

    별 생각 없었군요 ㅎㅎㅎ

    근데 전 더미 인형 놓고 충돌 실험하는 차체에 차체 변형을 가늠해보기 위해 그려붙여놓은 마커(이건 노란색과 검정으로 된 BMW 로고 모양)...이게 관련있나 싶었지요^^

    이쯤에서 나불나불 돌아다니면 또 낭설이 퍼질지도요 ㅎㅎㅎ

    바이에른 주의 M을 W ...네 아무래도 이게 정설이겠네요. 그런데 회사 입장이라도 멋대가리 없는 이런 이야기 보단 '프로펠러를 형상화하고 하늘이 파란색 기술을 뜻하는 프로펠러는 흰색...어쩌고 저쩌고'가 더 맘에 들긴하겠어요 ㅎㅎㅎ
  • 백선호 2012/01/02 08:19 # 삭제

    2차대전에서 진 독일이 둘로 쪼개지면서 동독에 있던 BMW 공장이 독립(?)해서 생긴 EMW의 로고는 요렇게 http://en.wikipedia.org/wiki/File:EMW.jpg 생겼답니다. 공산주의 동독에 있는 회사답게 로고의 색깔은 붉은 색으로 바꿨고.
  • Ha-1 2012/01/02 08:52 #

    뭐 나이키 로고도 별 생각없는 로고였다고들
  • ssn688 2012/01/02 10:05 # 삭제

    >덕국에서는 엠블럼 따위 고민할 시간에 외계인을 고문합니다
    "능률과 실질을 존중"하는 것은 좋은데, 외계인 고문할 능력도 없으면서 남의 상호/상품명 그대로 베껴오는 동양의 K모국 센스는 OTL...
  • 보리차 2012/01/02 10:43 #

    바이에른 달구지 업체ㅋㅋ
  • 이네스 2012/01/02 11:02 #

    걍 생각없이 만드는거군요!
  • 로리 2012/01/02 12:46 #

    뭐 그래도 저렇게 포장(?)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죠. 뭔가 있어 보이니 ^^
  • 붕어 2012/01/02 14:52 # 삭제

    무상무념에서 나온 물건들이 무서운 결과를 불러 일으키는군요 허허
  • 곤충 2012/01/02 15:32 # 삭제

    그런데, 1917년이면 한창 1차대전중...orz
    1차대전당시 사회상을 잘 모르니 뭐라 말하기는 힘든데, 당시 독일 사정이...(먼산)
  • deokbusin 2012/01/04 08:09 # 삭제

    이런 말 하기는 좀 죄송스럽습니다만,

    베엠베의 로고가 바이에른 주의 문장에서 유래한다는 주장은 이미 한참 전-그러니까 제 경우는 1990년-부터 정설로 돌아다니고 있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프로펠러에서 유래됐다는 이야기가 더 생뚱맞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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