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에너지 체제의 미래 (1) - 이코노미스트 메모뭉치



동일본 대지진 발생부터 지금까지 1년동안 일본은 상상을 초월하는 도전에 직면해 왔다.
그 가운데 한하가 일본의 미래를 좌우할 에너지 전략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함께 근본적으로 뒤집힌 사건이다.
지진 전 정부는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던 비율을 현재 1/3에서 2030년까지 1/2 선으로 확대하려 했지만 현 시점에서 이 계획은 백지화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일본의 장기적 에너지 전략은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하는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EIU) 는 이 문제에 대해 연구기관과 기업, 대학등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거시적인 에너지 문제 분석을 의뢰했으며 논문과 인터뷰 형태로 의견을 접수받았다. 이 보고서는 GE 의 협찬 하에 제작되었으며 (역자 주 : 픕 -_-) 협찬기업의 견해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작성 :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EIU)
에너지 담당 에디터 마틴 아담스

2011년 3월 대지진과 해일에 의해 발생한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발전소 시설 및 주변 지역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 이후 지속된 위기상황은 일본이 준비하던 야심찬 미래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강요했다.
지진 발생 이전 일본은 원전 전력공급 비율을 2030년까지 50% 선으로 끌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현재 이 계획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졌으며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세계 3위권의 경제를 지탱해야 하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에너지 수요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일단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반대의식이 강해지고 있다.
대다수 여론조사들 역시 일본 국민들 과반수가 원전의존도 감소를 원한다는 결과를 나타낸다.
그 결과 일본 전국의 원전은 정기점검에 돌입했으며 지방자치단체들도 재가동에 유보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등 반원전성향이 강해졌다.
현재 일본에 있는 원자로 54대 중 가동중인 것은 1대 뿐이며 (리포트 작성시 기준, 현재 0대) 각 원전들은 원전의 안전에 회의적인 국민과 지방자치단체 결정권자를 설득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그러나 원전 재가동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제는 EIU 의 정보수집 및 장기예측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은 최소 2020년까지는 일본 전력수요에서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2011년 8월 신임 총리가 취임한 이래 일본은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급격한 방향전환을 시사했다. 그러나 지진 이후 많은 발전소가 가동중지된 것은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일본 에너지 정책을 검토하는 정부 관계자들도 이 심각한 문제를 전제로 임무를 수행중이다.
다수의 원자력 발전소를 폐로하는데 필요한 거액의 비용은 원전 가동중단에 반대하는 논거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원전 가동 로비의 초점은 여타 발전에 대한 비용효율의 우위와 장기-지속 공급능력에 근거하고 있다.


현재 지속되고 있는 검사 및 재가동 시간 연장, 고령화 진행 원자로 폐로 등을 이유로 원자력 발전이 전체 전력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내년에 걸쳐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보유한 원전 수는 노후화된 원자로 가동 중지 및 폐로에 따라 2010년대부터 그 이후에 걸쳐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원전의 대부분은 가동을 재개하는 것은 비교적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지만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원전의 비중은 후쿠시마 사고 발생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EIU는 원전발전능력이 2010년 47.7GW 에서 2020년까지 30.6GW 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진 이전 예측이 61.2GW 임을 감안하면 기존 목표의 절반 수준을 유지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발전능력의 격차는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 최근에는 신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런 선택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본이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는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경제규모는 미국의 1/3 이지만 에너지 소모량은 미국의 1/5 이며 인구당 소모율로 보더라도 일부 유럽 선진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에 비해 앞서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일본은 이미 에너지 효율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더 이상의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리고 (앞서 제시한 논거와는 다소 상반되지만) 일본은 자동차 보유율이 높으며 기온이 높아지는 몇 개월 간 냉방수요로 전력 사용이 폭증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동차와 전기 제품의 에너지 효율화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사용량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다. 즉 근본적 수요 절감 없이는 기술적 해법 제시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해 지진 이후 국가적 절전 노력이 있지만 소요량 증가세를 둔화시킬수는 있어도 감소시킬수는 없다는 것이 EIU의 결론이다.


그리고 EIU 는 일본이 현재 이상의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다고 예상한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이미 전대총리부터 진행된 국책과제이며 타국에 비해 많은 진척도를 보였고, 현재 이상으로 비중을 확대하기에는 일본이 사용하는 여타 발전수단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일본 총 전력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극히 일부에 머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환경과 지진피해 등의 문제로 수력발전은 전체 전력량에서 불과 1% 만을 분담하고 있다.
일본이 2010년대 말까지 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불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특히 일반 국민들 대다수가 전력회사 (특히 도쿄전력)에 불만을 가진 상태에서 재생가능 에너지 이용에 따른 비용증가를 요금에 반영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일본의 민영 전기회사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규모 시설투자를 감수할 자본이 없고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적절한 장소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태양광-풍력 발전은 대규모 투자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2020년까지 최대 5GW,  전체 에너지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선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재생에너지가 불가능하다면 남는 것은 화석연료 뿐이다.
EIU 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지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수요가 늘어난 것도 화석연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액화 천연 가스 (LNG)의 수입량은 25% 이상 증가했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LNG 수입국이 되었는데, 이는 다른 화석 연료에 비해 가스의 CO2 배출량이 그나마 낮기 때문이다.
LNG 가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입수할 수 있는 연료라는 점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사할린 LNG 플랜트는 채굴 가스의 과반량을 일본에 수출할 예정이며 오스트레일리아도 최근 북부지역의 LNG 인프라를 정비하고 있다.
일본은 아마 양국과 장기적 LNG 공급계약을 채결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등과는 관계 악화시 천연가스 공급 중단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EIU는 일본의 천연가스 수요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난다고 예상하고 있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1년 19% 에서 2020년 26% 까지 증가할 것이다.
다만 산악지대가 많은 국토 특성상 일본의 가스 공급 네트워크는 그리 발달하지 않았다.  이것은 천연 가스 이용 확대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천연가스 의존도가 늘더라도 최대 에너지원은 여전히 석유다. 전체 에너지에서 석유의 비중은 45% 미만으로 억제되겠지만 전체 전력소비 증가로 인해 2020년 시점에서도 석유의 절대소비량은 2011년에 비해 40% 가량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석탄의 소비량도 2010~2011년에 비해 20% 증가해 전체 에너지 소비의 1/5 가량을 차지할 것이다. 이것은 전략적 관점에서 석탄이 석유와 가스보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상기 예측에서 EIU 가 도출해낸 결론 중 하나는 일본이 적어도 현 단계에서 저탄소 경제 실현이라는 목표와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지진 발생 이후 정부의 우선 과제 중의 기후 변화 대응 문제의 우선도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0년까지 CO2 배출량을 1990년에 비해 25% 줄인다던 당초 목표는 이미 달성가능성이 사라진 상태다.
특히 가연성 전력원인 석유, 석탄, 가스의 화력발전에서 배출되는 CO2 는 외려 40% 가 증가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화석연료의 수입량 증가가 에너지 안보 위협을 심각하게 가중한다는 데 있다.
일본은 이미 미국-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석유 순수입국이며 중동에서 대다수 석유제품을 수입한다. 그리고 이 루트는 다변화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원전 증설이라는 대안이 사라진 현 시점에서 다른 선택지를 검토할 여유는 사실상 사라졌다.



덧글

  • 제너럴마스터 2012/05/10 11:47 #

    일단 일본정부 생각은 저렇게 일단 폐쇄하다 국민들이 악몽같은 여름과 겨울을 겪고난 이후에 전기 공급량을 늘려달라 그러면 그때서야 슬그머니 원전을 재가동시킬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

    아무튼 상온핵융합이나 MHD발전으로 슈퍼 화력발전소를 만들지 않는한은 대책없는 원전가동중단은 무리인것 같네요.
  • Ya펭귄 2012/05/10 11:53 #

    국민생활편의도 문제이지만 일본의 밥줄인 산업쪽의 타격이...
  • Ya펭귄 2012/05/10 11:48 #

    열도는 지금 원자력발전에서 고자력발전으로 천이중....

  • 함월 2012/05/10 12:39 #

    에너지 정책은 30년 앞을 보고 하는건데 어물거리다가 원전이 올 스톱 되버렸으니 골치아프지요...
    결국 이래저래 하다가 슬그머니 하나씩 재가동시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여론상 위험한 원자로 몇 기는 재가동이 어려울 것이고, 추가 건설은 아무리 일본이라도 무리일테니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천연가스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갑작스런 원자력 발전 중지는 없겠지만, 현 계획대로의 증설은 어려울테니, 천천히 이쪽 길을 가지 않을까 싶은데... 골치아프겠군요.

    아무튼 러시아가 좋아합니다(...)
  • Niveus 2012/05/10 13:12 #

    현상황이야 핵융합 나오기전까진 답이 없는 상황이니말입니다.
    화석연료 때는건 환경은 둘째치더라도 지속적으로 연료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선 여러모로 뒷목잡고싶어질 상황이겠죠. (작년 일본무역수지적자의 1등공신은 엔고고 2등공신은 연료비죠;;;)
    신재생에너지는 산업적인 의미의 생산량은 절대 낼수 없고(그정도가 되면 오히려 이놈들이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어버립;;;)
    산업공동화야 거의 약속된 상황에서 대피처중 하나로 지목되는게 '전기값 싸다!'라면서 우리 남동공단이니 우리 세금으로 쟤네 지원해주게 생겼음(...뭐 한전도 근시일내 안올리곤 못배길것같지만)
    이래저래 얽히고 섥혀서 쉽게 풀기가 힘들것같습니다.
    ...뭣보다 핵융합이 의미있는 성과를 내주려면 못해도 10년이상은 걸릴테니말입니다;;;
  • 이네스 2012/05/10 14:24 #

    현재 산업용 전기세 올리겠다고 한전은 열심히 싸우고있고 기업측은 배째! 주거용이랑 비율보셈하고 서로 배째지요.
  • Niveus 2012/05/10 14:33 #

    근데 버티는것도 슬슬 한곕니다. 유가도 유가지만 가스값도 깡패가 되어놔서 올리긴 올려야함.
    당연히 원가 이하인 산업용을 올리는게 순리겠지만 재경부가 좀 많이 QT라서요(;;;)
    해외에서까지 이런 취급받으면서 들어오려는게 우리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걸 생각못하는듯.
  • あさぎり 2012/05/10 13:47 #

    그럼 오늘부터 끊으세요의 압박.

    활성단층으로 예상되는게 원자로 바로 밑에서 발견되는게 열도 퀄리티죠.
  • ssn688 2012/05/10 14:16 # 삭제

    문제는 의외로 '경제'가 아니라 '정치'... 그것도 지방자치죠. 가동을 재개하려면 해당 지역 자치단체 승인을 거쳐야 하니 말입니다.
    과거에는 재정지원 등으로 구워삶았지만, 이제 방사능 공포로 경직된 주민여론을 상대해야 하는 자치단체장들... 활성단층도 원전 부지 선정할 때는 죽은 단층이라 해서 통과했던 거죠. 안전'신화'는 후쿠시마 1발전소가 자기네 지붕과 함께 날려버렸고. 불신의 떡밥은 쌓일 만큼 쌓였습니다.
    해외의존도니 무역적자니 산업공동화니 하는 국가적 차원의 명분도... 당장 해당 지역 주민의 삶에 구체적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면, 당장은 먹혀들기 힘들겠죠.
    PS(1) 중국에서도 이미 내부에서 경고가 나오기 시작합니다만, 4000만 kw의 부족한 전기를 일거에 해결하자고 원자로 40기 일시에 때려짓기 신공을 펼치면.... 15~20년 후에는 우라늄이 모자라서라도 원전들이 멈추기 시작할지도요. (먼 산)
    PS(2) 그래서 혹자는 장래의 희망은 증식로라는데... (먼 산)
  • paro1923 2012/05/10 22:47 # 삭제

    '멜트다운으로 세계평화 이룩하자는' 게 되나요... (버엉)
  • ssn688 2012/05/11 00:19 # 삭제

    아, PS의 언급은 중국 과학계의 원로 하조휴(何祚庥) 선생의 인터뷰를 홍콩 South China Morning Post에서 실은 기사를 바탕으로 좀 꼰 겁니다. 밑의 경향신문 기사가 내용을 가감이나 왜곡없이 소개하여 링크합니다. 전력부족에 대한 대강의 수치는 예전에 얼핏 보고 지나친 일본경제신문 기사였고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5302138535&code=970204
  • Ya펭귄 2012/05/11 10:51 #

    우라늄의 경우야 매장량 자체는 그닥 모자라지는 않을 겁니다...

    찾아도 안나왔던 게 아니라 그동안 아예 찾지를 않아서리...
  • 이네스 2012/05/10 14:22 #

    "협찬기업의 견해를 반영하지는 않는다."라니. 고전개그군요.
  • 존다리안 2012/05/10 18:40 #

    국내도 울진인가... 원전 정지해서 올 여름이 어려울 것 같다는군요
  • Alias 2012/05/10 18:49 #

    뭐 깨놓고 말해 일본이 무리하게 탈원전 추진해서 가뜩이나 힘든 자국 산업능력에 초를 치면 한국 입장에서는 표정관리를 해야 할 상황인지라...
  • Ya펭귄 2012/05/11 10:48 #

    알아서 자멸해 주는 것 만큼 땡큐스러운 것도 드물지요....

  • Minowski 2012/05/14 09:10 # 삭제

    독일에서도 원전폐쇄 후 프랑스 전력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죠..

    게다가 태양광 쪽도 보조금이 의도하던 바와 달리 중국기업만 살찌우게 되니 공중분해될 것 같고...

    뭐 결론이 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습니다만, 서방의 양대 제조업강국의 원전폐기 정책은 너무 섣부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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