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이 케이크의 이름은 MontBlanc 입니다. 직역하면 흰 산. 알프스 최고봉이나 만년필 브랜드 이름과 같습니다.
정상에 만년설 깔린 산에는 분명 어울리는 이름이고, 업체야 산에서 이름을 땄으니 상관없지만...갈색 케이크는 대체 흰 산과 무슨 관계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갈색 크림 케이크에 몽블랑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에 대해선 몇 가지 설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설은 원래는 하얀게 정상이기 때문. 입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주(넓게 보면 프랑스 사부아까지) 지방에서 몬테 비앙코, Mont Bianco 라고 부르던 전통 디저트입니다.
생김새야 연출따라 미묘하게 다르지만 기본 구성은 원뿔형 마론 페이스트 위에 하얀 생크림을 뒤덮는 식이라, 하얀 산이라 불러도 위화감이 없습니다.
역사도 굉장히 길어서- 적어도 1400년대 후반부터 문헌상에 등장합니다.
이걸 프랑스 요리사들이 배워가면서 이탈리아식 이름을 직역 -> 몽블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이 디저트는 어디까지나 몬테 비앙코였고 이탈리아가 원조인 전통 디저트였습니다.
그런데 1900년대 초에 파리의 티살롱인 안젤리나라는 곳에서 몬테 비앙코를 티푸드로 삼으면서 세팅이 어려운 생크림 대신 밤 크림이나 페이스트를 얇게 짜내 뒤덮는 방식으로 어레인지를 한 뒤에 몽블랑 오 마론이라는 이름을 붙여 독자메뉴로 팔기 시작했습니다.
신매뉴가 유행을 타니 옆 가게가 따라하고, 나들이 나온 아줌마가 집에서 구워보고, 유학온 사람들이 배워가고...그런 식으로 몬테 비앙코가 아닌- 현대적인 형태의 몽블랑이 퍼져나간 겁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동안 유행의 중심지였던 파리의 티살롱 유행 vs 이탈리아 북부 지방의 디저트, 라면 아무래도 인지도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원조 레시피와 어레인지 버전의 인지도마저 역전되어 버립니다. 이름도 그냥 몽블랑이 되 버리고요.
그래서 현대식 카페 메뉴에서는 안젤리나 버전의 몽블랑이 주류, 그 이전까지 존재하던 몬테 비앙코-혹은 옛 몽블랑은 비주류가 되었다나요 뭐라나요.
심지어 이탈리아 카페에서 몬테 비앙코를 먹어보고 "생크림 끼얹은 몽블랑" 이라고 웃는 사람도 있을 지경이니...
덧글
있었는데, 저기서 따온 것이네요.
'여기에 먼저 온 미국인들이 있나봐... 피자 가게가 있네' 했다는 농담도 있죠.
저도 전에 몽블랑에 대해 올린 적이 있었죠.
http://bluetaipei.egloos.com/1635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