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돌목의 철쇄 설치는 가능한가? 재탕뭉치



-이전 글에 달린 댓글을 보고 생각난 김에 재탕합니다. 포스팅거리 겟

Q1. 철쇄 (쇠사슬) 같은 게 있긴 있잖아?
A1. 네. 존재합니다.
통제사이충무공유사에 보면 신립과의 수군전폐론 논쟁 뒤에 "순신은 전구를 대대적으로 수리하고 속진들을 신칙 장려하였으며 쇠사슬을 주조하여 바다 어귀를 가로질러 치고 큰 군함을 마치 엎드린 거북의 형상처럼 제작하여...(하략)" 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전라 좌수영 앞에 배의 포구 진입을 막을 수 있도록 쇠사슬을 얹었다는 내용입니다.
이충무공시장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 걸로 아는데, 긁어둔 게 없네요.
즉, 철쇄라는 물건 자체가 당대에 쓰인 적이 있고, 충무공도 도입했습니다.

Q2. 명량에 철쇄를 설치했다는 기록도 있는데?
A2. 대표적인 기록 가운데 하나는 김억추의 행장인 현무공실기입니다.
현무공실기에서 김억추는 "철쇄, 즉 쇠사슬과 철구로 적선을 격파했다" 는 기록이 나옵니다.
다만 난중일기 및 여타 기록에 의하면 김억추는 전투 내내 1km 이상 후방에 위치하다 승전이 확실시된 뒤에나 기어나오기 시작했으므로, 그가 사용한 철쇄란 원격유도조종이 가능한 플레일 형태의 스탠드 오프 신병이기, 혹은 일본 전래설화인 이누야샤에 등장하는 철쇄아와 동종동형의 무기가 아닌 한 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잡다한 행장에서 지역 유지니 은거 선비니 하는 사람들이 충무공을 만나 철쇄를 걸라는 조언을 했으며 이에 충무공이 크게 감탄하며 즉시 그 조언에 따랐다는 내용이 나옵니다만, 그 기록을 전부 신뢰한다면 전투준비도 바쁠 시기에 수십명의 방문을 받아 모두 조언을 듣고 적어도 3종 이상의 쇠사슬과 동력원을 알 수 없는 세계 최초의 기계식 윈치를 반나절만에 뚝딱 개발해야 하는 관계로...더이상의 거론은 생략합니다.

철쇄설의 또다른 주요 기록은 이중환의 택리지 입니다. 여기에서는 해남현을 소개하며 "징검다리 (...)에 쇠사슬을 얹어 수없이 많은 왜선을 침몰시켰다" 고 기록합니다.
하지만 택리지는 150년 이상 지난 뒤에 기록된데다 내용 자체가 지역 민간설화를 다수 반영하고 있어, 해당 내용이 행장 및 민간전승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것 다 떠나서, 명량대첩이 임진년에 있었다는 기록을 어떻게 믿나요.

Q3. 다른 기록은?
A3. 난중일기, 행록, 충무공유사, 실록, 선묘중흥지 등등, "실무 기록" 내지는 신빙성 높은 기록에는 철쇄에 대한 기록이 일절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히 앞서 한 차례 철쇄의 좌수영 설치를 거론했던 충무공유사의 침묵은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전엔 일상적 방어용도로 쓰던 것도 기록했는데 정작 대승의 핵심 요인을 왜 기록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철쇄 자체가 주요 전략자원 가운데 하나인 철을 대량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철의 입수/사용량이 근 단위로 기록되는 각종 부대 운영 기록에서 철쇄 제작을 위한 지출이 명기되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Q4. 그래도 철쇄 안썼다는 기록은 없잖아.
A4. 실제로 일각에서 나오는 주장(억지) 입니다.
안썼다는 기록은 없지 않느냐...라는 건데, 그렇게 따지면 충무공이 도술 안썼다는 기록도 없고. 위성병기 내지 우주전함을 실전 투입하거나 이계의 마신을 소환하거나 금지된 주문을 사용해 궤도폭격으로 공격하지 않았다는 기록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 가능성이 있겠네요?
외려 각종 기록에 따른 전투 경과를 보면 철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보다 명확해 집니다.
당장 충무공의 좌선은 왜선과 육박전을 벌여 마다시...즉 구루지마 미치후사의 목까지 따낸 전과가 있고, 안위의 배도 뒤늦게 좌선 앞으로 돌격했다 적선 세척에게 접헌을 당했습니다.
철쇄가 있다면 왜선이 격파되거나 더이상 다가오지 못해야 할텐데, 어떻게 접현을 할수 있었을까요.

Q5. 그래도 전라좌수영 앞에는 있었다며.
A5. 좌수영 앞의 철쇄와 명량의 (존재하지 않는) 철쇄는 그 의미가 상당히 다릅니다.
좌수영의 철쇄는 섬 사이를 가로막아 배의 일차 진입을 저지하는 단순한 방어시설이었고, 그것도 전투함이 정박할 소포 인근에 간략히 임시 설치된 구조물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명량에 설치되어야 할 철쇄는 최대 3m/s 이상의 급류에 말려든 "수십척의 배" 를 저지하거나 분쇄해야 합니다. 그것도 반나절 가까이 진행된 전투 내내 말입니다.
즉, 명량에서 철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척 이상의 왜선이 사용하는 닻줄의 총합과 동일한 내구력을 지닌 강력한 쇠사슬이 필요합니다. 척후를 걸러내기 위해/시간지연만을 목적으로 설치한 좌수영의 철쇄에 비해 중량이 폭증할 것은 불을 보듯 뻐언-합니다.

Q6. 해군사관학교 무슨 논문에서는 철쇄 중량 얼마 안 된다던데?
A6. 유명하지요. 길이 474m, 직경 3/4인치 사슬이면 전체중량 4톤으로 설치 가능한 수준이라고. 충무공 리더십센터 소장 최두환 씨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척당 수십톤인 세키부네 열몇척만 걸려도 사슬이 감당해야 할 중량은 물경 100톤을 바라보게 됩니다.
철쇄 제작에 사용된 쇠의 인장 강도를 20kg/mm(2) 쯤 잡는다고 보고 3/4 인치면 몇 척이 걸리기만 해도 한방에 균열 확정입니다.
게다가 양 해안에 물레를 놓고 돌려 높낮이를 조절했다- 는 대목까지 나가면 기도 차지 않습니다.
도르레를 적용한다 해도, 인력으로 수백톤을 지탱하려면 대체 몇명이 필요할까요. 또 설치는 어떻게 할까요? 인력으로 이런 일을 해내려면 양안에 각각 삼손과 헤라클레스 정도는 배치해야 할 겁니다.

Q7. 적당한 깊이로 고정해두고 있으면 평저선인 판옥선은 건너도 왜선은 걸린다던데.
A7. 평저선 홀수가 얕다는 건 동 배수량 이야기. 선체 상부 구조물이 한층 이상 높은 판옥선은 세키부네보다 배수량이 훨씬 큽니다. 게다가 노의 각도가 측면보다는 수직면에 가까운 판옥선의 특성 상 판옥선의 노 등등이 철쇄에 먼저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 험한 환경에서 설치중에 신속하고도 세심한 심도제어 작업까지 수행했다면...그건 세계 공병사에 길이 남을 업적입니다.

Q8. 어쨌건 좌수영에선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었으니 만들었을수도 있잖아?
A8. 앞서 언급했듯이 제작 기록이 없습니다.
당장 400m 이상의 쇠사슬을 만드는데 최소 4톤 (저는 적어도 10톤 이상의 합금강 정도는 되야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고 봅니다만) 의 쇠와 막대한 인력이 요구되는데, 당장 그만한 쇠를 입수한 기록도 없고 인력을 투입한 기록도 없고, 제작을 지시한 기록도 없습니다. 전략물자인 쇠와 병력, 공장들의 운용을 이렇게 허술하게 하진 않습니다.
난중일기 보면 쇠 백근 들어왔다고 좋아하는 충무공의 모습을 수도 없이 볼수 있습니다. 이런 어르신이 그런 대 역사의 기록을 숨길까요?

종합: 철쇄 얘기는 근절시켜 마땅한 해악, 지나가던 진돗개가 웃습니다.

덧글

  • 초록불 2013/02/12 10:17 #

    일단 최두환 선생은 임진왜란이 중국 항주에서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양반이라서... 철쇄의 흔적도 그 동네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함정이죠...
  • 초록불 2013/02/12 10:48 #

    그 분의 저서에 나오는 선전 문구 중...

    > 한 예로 한반도에서는 지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명량해전의 수중철색 사용지가 중국대륙의 양자강 중류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 zert 2013/02/12 12:40 #

    아직도 철쇄아가...ㅎㄷㄷ
  • 깜장콩 2013/02/12 14:47 #

    이떡밥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게 더 신기하네요 ..
  • 암호 2013/02/12 16:20 #

    군이라는 존재가 무엇때무넹 절박한 것인지, 대한민국 대다수가 모르지요. 뱀말로 외국 번역한-예를 들어, 테메레르- 판타지 소설이 왠만한 동급 작가들보다 더 나은 군 지식을 보여, 애꿏은 다른 분이 피해 입는 경우도 있었죠.
    거기에 군 만화를 나름대로 그리신 분이 스포일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실텐데, 그런 문제 생각 안 하고, 쓰신 것에 이미지가 많이 깍인 일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개인적인 결론은 이것입니다.
    범죄자를 쳐부술 실력이나 의지가 없어, 국가로 취급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정치 세력이 가진 현실이자, 모순입니다.
  • shift 2013/02/12 17:24 #

    눈이 잘못됐는지 올돌골의 철쇄 어쩌고로 봄. ㅋㅋㅋㅋ ㅆㅂ
  • 위장효과 2013/02/12 18:17 #

    ...등갑입고 철쇄흔드는 이누야사 상상해버렸단 말입니다!!!! OTL
  • paro1923 2013/02/12 18:48 # 삭제

    믿기 싫으면 차라리 믿질 말던가, 왜 '나님이 보시기에'를 들이밀어서 어떻게든 끼워맞추려고 하는지 원...
    그 놈의 철쇄니 원균명장론(...Ha!!)이니...
    드허럽게 시끄럽고도 잡스런 소리들이 오늘도 충무공을 욕보이네요.
  • 데프레 2013/02/13 15:50 #

    난중일기에 보면 충무공이 철쇄를 죄다 걷어서 화포를 만들었다고 하는디............그걸 만들 시간과 인력이 있으면 화포 만들고, 격군으로 썼겠죠.....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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