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를 전투식량으로 만들기 위한 미리견인들의 투쟁. 식량뭉치


왜 피자를 전투식량으로 만들어야 하는가? 다른 나라라면 많은 설명이나 주장, 혹은 기만이 필요한 주제지만 미국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아마 미국인들 가운데 열에 여덟 아홉은 단 한마디만 듣고도 공감할 거다. "피자니까."
국방부의 전투식량이사회에서 피자의 전투식량화를 담당한 폴 델라로카의 의견은 한층 더 단호하다. "피자를 전투식량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수십년간 지속되었습니다. 피자는 전투식량 개발의 성배입니다."
실제로 피자는 고열량이며 토핑 재료에 따라서는 전투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풍부히 공급해 줄 수 있다. 또 열량에 비해 부피가 작아서 전투식량의 덕목을 대부분 충족한다.
하지만 조리된 피자를 진공포장한다고 해서 전투식량 피자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흐물거리는 밀가루와 치즈, 토마토, 햄 덩어리를 파우치 안에 대충 집어넣고 가열해 먹으라고 한다면 병사들이 개봉한 봉투에서는 피자가 아닌 피자와 비슷한 무언가, 혹은 피자였던 무언가가 튀어나올 게 분명하다. 병사들은 그것을 먹기 보다는 적들에게 집어던질테고, 그걸 얻어맞은 적들의 반미감정까지 고양시킬지도 모른다.
델라로카는 전투식량형 피자를 개발하는 과정이 다른 메뉴들에 비해 훨씬 어려웠다고 말한다. "우리는 3년 후까지 피자의 맛과 향을 유지하고, 버너로 뎁혔을때나 차가운 상태일때나 피자다운 피자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냄새, 식감, 맛. 포만감까지 모든 면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난관에도 불구하고 피자에 대한 열망에 불타오르는 미국인들은 전투식량의 성배를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섰다.
식품에서 수분을 제거하고 페퍼로니의 질감을 유지하도록 다양한 삼투건조공법을 적용했으며 조리과정에서는 부피를 줄이도록 고압 조리실을 쓰고 소스는 분자 수준까지 분석을 거듭했다.
이 치열한 십자군 전쟁 끝에 델라로카의 팀은 미국 육군 박람회라는 성지에 시제품을 헌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신제품은 시식의 기회를 얻게 된 이들에게 비교적 호의적 평가를 받았다. "그냥 피자네요."
자그마치 빌어먹을 MRE 중 한 종류로 격하되지 않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 예비역 병사의 반응은 좀 더 현학적이었다. "썅, 이런 건 내가 전역하기 전에 내놨어야지."

MRE 피자는 라자냐와 파라펠 등과 함께 신메뉴에 포함될 예정이다. 만약 델라로카와 그가 이끄는 피자원정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면, MRE 피자는 지금까지 그 어느 메뉴도 정복하지 못한 "먹어도 괜찮은 MRE" 라는 영광스런 칭호를 얻게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전선의 병사들은 개발진의 가슴팍에 명예훈장을 달아주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MRE 피자에게는 마지막 난관이 남아 있다. 워싱턴에서 피자를 시식한 어느 예비역 병사의 말을 들어보자. 

"사실 옛날에 나온 메뉴들도 이렇게 따로 시식했을 땐 괜찮았어요. 하지만 보급으로 내려온 건 썩은 똥 같았죠."



덧글

  • wheat 2013/10/28 20:58 #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전투식량인 이상 fail
  • 천하귀남 2013/10/28 21:15 #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
  • 위장효과 2013/10/28 21:15 #

    저걸 이탈리아군이 먼저 실용화했어야 하는 건데!@!!!
  • Charlie 2013/10/28 21:17 #

    그냥 저 개발비와 시간, 인건비를 생각하면 방탄/방폭 피자 트럭을 만드는게 더 싸고 편하지 않을까 싶...
  • 배길수 2013/10/28 21:20 #

    피자는 채소니까요
    전투력을 유지하려면 균형잡힌 식생활을 해야죠
  • 死海文書 2013/10/28 21:28 #

    그리고 영국군은 이에 자극받아 샌드위치를 전투식량으로 만드는데...
  • 화란해군 2013/10/28 22:29 #

    피클샌드위치가 전투식량으로 선정되는데
  • Charlie 2013/10/28 22:52 #

    ...오이만 넣은걸 샌드위치라고 부르던데...
    신이여 영국군을 불쌍히 여기소서!
  • 애쉬 2013/10/28 23:03 #

    영국군 전투력의 핵심은 그것.... 적의 식량을 노획하지못하면 오늘 또 짬밥이야
  • 로보 2013/10/29 13:23 #

    자매품으로 피쉬앤칩스 전투식량이...
  • 가라나티 2013/10/29 17:18 #

    해기스를 전투식량을 선정하는데...
  • ChristopherK 2013/10/29 18:15 #

    베어 그릴스: 물이 제일 맛있다.
  • asdf 2013/10/30 21:30 # 삭제

    영국음식드립은 다들 치지만 정작 2차대전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영국군의 식량보급 상태는 독일이나 이탈리아를 훠어어어얼씬 능가해서 독일군이 영국군을 포위섬멸하면 그들의 전투식량을 얻었다는걸 가장 기뻐했다는거..
  • 차원이동자 2013/10/28 21:36 #

    막줄이 진리... 장기보관시엔 어쩔지...
  • 제너럴마스터 2013/10/28 21:39 #

    전투식량화에 성공했으니 이제 우주식으로도 나오겠네요.

    우주에서 피자 못먹는 문제(수분, 부피)를 어느정도 해결 했으니까요.
  • 지니 2013/10/28 21:45 #

    웃다 기절하는줄 알았습니다 ㅋㅋㅋㅋㅋ
  • KittyHawk 2013/10/28 21:57 #

    맨 마지막이 핵심인 듯...
  • 검투사 2013/10/28 22:01 #

    성공한다면 우리 군도 도입해야죠. 0ㅅ0/
  • SM6 2013/10/28 22:04 #

    원문이 대체 어떤 걸작인가 싶어 찾아봤는데, 이거 단순한 번역이 아니군요(...)
  • 파사데나 2013/10/28 22:40 # 삭제

    으핫핫! 엄청난 센스로군요.

    그나저나 피자쯤은 진작에 전투식량으로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요...ㅋㅋ

    ...피자빵은 있었으려나요.ㅋㅋ
  • 행인1 2013/10/28 23:03 #

    과연 피자와 라자냐 메뉴 MRE는 어떤 반응을 얻게 될련지...
  • 애쉬 2013/10/28 23:03 #

    ㅎㅎㅎㅎ 이렇게 재미난 글읽기가
  • 작은울림 2013/10/28 23:03 #

    프로토 타입은 건담 이고 양산형은 결국 GM ...
  • RuBisCO 2013/10/28 23:50 #

    역시 결론은 마지막줄!
  • 서사 2013/10/29 02:08 #

    어디서 많이 본것 같다 했더니 stars & stripes 기사군요. 각색이 백미 ㅎㅎ

    몇년 전만 해도 고기류는 확실히 플라스틱 건조된걸 물에 불려서 씹는 느낌이었는데 햄이나 페페로니같은 염장류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좀 나을 것 같기도 하네요. 일단 생긴건 꽤 본격적입니다?
  • 콜드 2013/10/29 05:10 #

    역시 마지막줄이 진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한국 짱 2013/10/29 06:35 #

    "썅, 이런 건 내가 전역하기 전에 내놨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애쉬 2013/10/29 08:06 #

    이걸 현학적이라고 써놓은 글쓴이가 정말 장난꾸럭지 ㅋㅋㅋㅋ
  • paro1923 2013/10/29 08:50 # 삭제

    하긴, 제너레이션 킬에서도 피자 공수되니까 다들 눈이 벌개지더란...

    ...자, 이제 양산품의 퀄리티가 문제겠군요. -_-
  • quadro_dcc 2013/10/29 09:00 # 삭제

    야이놈들아 신성한 피자를 괴롭히지 마라
  • leinon 2013/10/29 09:10 #

    현학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지나가던과객 2013/10/29 10:10 # 삭제

    뭐, 짬밥이 다 그렇죠. 그리고 사해문서님 영국이라면 샌드위치보다 피쉬 앤 칩스가 어울리지 않나요?
  • 에규데라즈 2013/10/29 12:00 #

    그건 정보부 기밀 무기구요 .... (응?)
  • 루루카 2013/10/29 10:42 #

    너무 재밌게 잘 보고 가요. 피자에 대한 열정이 가슴 깊이 느껴지는군요. 감동의 스토리였어요!!!
  • 진냥 2013/10/29 11:11 #

    뜨거운 피자(이기를 희망했던 물질)라면, 확실히 적에게 던져도 살상력은 대단할 거 같네요.
  • shaind 2013/10/29 11:27 #

    Pizza, Rejected by Enemy
  • 긁적 2013/10/29 11:29 #

    마지막 한 마디가 문제군요 ㅋㅋㅋ
  • 무르쉬드 2013/10/29 11:35 #

    결국은 "거짓된 성배"가 보급된다는 소리인가?
  • 飛流 2013/10/29 11:43 #

    먼 훗날 피자의 전투식량 채택 과정은 미 국방부의 조작으로 인한 것이라고 하는 주장을 소설로 쓴 MRE코드가 발간될 듯...
  • 자이드 2013/10/29 12:04 #

    마지막 한 마디가 너무 의미심장하네요 ㅋㅋㅋ
  • 존다리안 2013/10/29 12:30 #

    하긴 전투식량 비빔밥도 비빔밥이라 쓰고 내용물은 쌀 찐 것 같은 그 무엇인가와
    고추장,고기인지 뭔지 알수없는 그 무엇인가니까요.
  • Ithilien 2013/10/29 12:44 #

    오오. 캄사히 발표에 사용하였습니다.
  • 은이 2013/10/29 13:08 #

    피자와는 다르다 피자와는! - 보급담당
  • 문제중년 2013/10/29 13:53 #

    그냥 눈물겨운 보존가능한 전투식량 개발의 단면.

    저게 피자만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노력의 시원찮은 결말을
    그저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 뿐이란게 이 업계의 끝나지 않을 고통.

    p.s:
    MRE 조차도 등장 당시에는 희망적이었으나 지급되자마자 관련된
    불평 듣느니 바르샤바 조약군 전투식량을 조달, 한달만 먹이고 나서
    설문 돌리자는 의견이 기고될 정도였던걸 보면 그냥 웃으면 됩니다.

    한마디로 그게 뭐건 간에 어느 동네에서건 간에 전투식량으로 나온
    그 시점에서 이미 죄를 지은거임.

    p.s:
    샌드위치도 그렇지만 피쉬앤칩스는 얌전하게 주둔지의 식당에서 조
    리되고 배식된 것부터 에러났었심.
    아마 전투식량화 하면 폭동나기 직전으로 갈 수도.

    '우리가 눅눅하고 식어빠진 피시앤칩스를 저녁으로 받았을 때,
    이탈리아군 식당에서는 젤라또와 커피, 플라스틱 팩에 든 포도주를
    원망하더군. (이정도도 안하는 우리 식당은 뭐한거지?)'
    --- 코소보에서 나온 불만중.
  • 드로이드 2013/10/31 11:27 #

    연재 좀 해주세요ㅋ
  • 액시움 2013/10/31 13:55 #

    태어난 그 자체로 이미 죄악이라...
  • Grenadier 2013/10/29 14:40 #

    이러다 나중에 ‘아 ㅅㅂ 전에 햄버거건처럼 그냥 방탄차량에 피자 뎁혀서 보급하는게 낫겠다’ 이럴지도
  • 레드불중독자 2013/10/30 04:51 #

    그냥 전장에서 피자 도우를 굽는편이 나을지도!
  • 샤넬로즈 2013/10/29 14:56 # 삭제

    "사실 옛날에 나온 메뉴들도 이렇게 시식했을 땐 괜찮았어요. 하지만 보급으로 내려온 건 썩은 똥 같았죠."
    공감된다 ㅋ
  • zzzㅋ 2013/10/29 15:53 #

    결론이 ㅋㅋㅋㅋ
  • 여름눈 2013/10/29 15:54 #

    이런걸 보면 한국군 전투식량은 나름 준수한편인듯 하네요!ㅋㅋㅋ
    전 지금도 전투식량 동결건조비빔밥을 가끔 오픈마켓에서 주문해서 먹을정도로
    먹을만 하던데, ㅎㅎㅎ
  • 무지개빛 미카 2013/10/29 15:57 #

    전투식량으로 만드는 시점에서...... 이미 망테크를 타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의 슈퍼마켓에서 그 물에 부어먹는 비빔밥을 파는 광경을 보면 저런게 그냥 멍~하고 때릴 뿐이랍니다....
  • cava 2013/10/29 15:59 #

    막줄이 핵심이네요~아아....
  • kimy 2013/10/29 16:18 # 삭제

    MRE 사실 나름 괜찮은 음식임. 대다수 메뉴는 미국 슈퍼마켓에서 캔 형태로 판매되고 있고 일부 메뉴는 캔상태에서 메가히트작대접을 받는 놈들도 있음. 다만 그게 쉐프모자를 쓴 영감그림이 그려진 캔이나 울긋불긋한 색에 고기사진이 달린 포장이 아닌 거무죽죽한 비닐 포장지를 뒤집어쓰고 군보급품으로 나왔다는게 에러...
  • kimy 2013/10/29 16:20 # 삭제

    한가지 더... 개인적으로 느꼈기도 하고 미국서 이걸 먹은 민간인들 끼리 한 이야기이긴 한데...
    사제로 나온 같은 메뉴보다 양이 좀 모자란다는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가 있음. 특히 비프스튜나 라쟈냐같은 건....
  • ChristopherK 2013/10/29 18:18 #

    그래봐야 현장에서는 매장당함(.)
  • m1a1carbine 2013/10/29 16:23 #

    오오 그냥 피자 오오
  • Ladcin 2013/10/29 16:53 #

    그런데 먹는순간 함정
  • 냥이 2013/10/29 17:08 #

    업계에서 개발을 시작합니다.->전시회에 결과물을 내었습니다.->썅, 이런 건 내가 전역하기 전에 내놨어야지. ->업계측-아싸~! ->사실 옛날에 나온 메뉴들도 이렇게 시식했을 땐 괜찮았어요. 하지만 보급으로 내려온 건 썩은 똥 같았죠->끄어억...

    이렇게 또 업체직원은 밤을 샙니다.
  • ChristopherK 2013/10/29 18:20 #

    편의점 피자만 되도 대박이겠지만.
  • KAZAMA 2013/10/29 18:26 #

    일부로 더럽게 맛없게 만들겁니다"아껴먹게 하려고"
  • 아이지스 2013/10/29 19:02 #

    과연 피자의 원조 이탈리아군은 저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 에규데라즈 2013/10/29 19:35 #

    파스타 , 사하라, 전투식량 .... 정도?
    (그게 루머인지... 파스타가 그렇게 물을 적게쓰는지는 모르겠지만 ... )
  • 레드불중독자 2013/10/30 04:52 #

    미국피자는 이탈리아 피자랑 백만광년 정도 거리가 있는 물건이죠.
    캘리포니아롤을 스시라고 부르는거랑 비슷할지도....
  • asdf 2013/10/30 21:33 # 삭제

    파스타 루머 맞음요. 이탈리아군은 북아프리카에서 애시당초 파스타 쳐먹으면서 희희낙락할만큼
    식량보급에 여유 있었던 적 자체가 없음.........
  • muhyang 2013/10/29 21:05 #

    원래 지금 MRE도 처음 서너끼는 괜찮습니다 (...)
    그래봐야 군대밥.
  • 쿠루니르 2013/10/30 19:19 #

    "사실 옛날에 나온 메뉴들도 이렇게 시식했을 땐 괜찮았어요. 하지만 보급으로 내려온 건 썩은 똥 같았죠."

    ㅋㅋㅋ
  • 찬별 2013/10/30 20:44 #

    안 그래도 오늘 '인생이란 피자와 같다. 아무리 X같다고 느끼더라도 여전히 훌륭하기 나름이니까' 같은 문장이 기억이 났드랬죠.
  • ㅁㄴㅇㄹ 2013/10/30 21:34 # 삭제

    전투식량은 기본적으로 밥차에서 밥 못먹을만큼 열악한 전투환경에서 쳐먹으라고 만든 음식 비슷한 무언가니 맛을 기대하는거 자체가 무리죠...
  • 청록람 2013/10/31 13:13 #

    아무리 맛있는 것이라도 양산화되려면... 품질은 확실히...
  • .......... 2013/11/05 10:57 # 삭제

    갑자기 드는 생각이 겉봉에 이런 경고문이 붙을지도.

    "아군에게 줄때는 절대 던지지 말것"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트위터+배너